어깨 질환은 비수술 치료가 원칙…수술 필요하다면 시간은 짧게

김상훈 기자 입력 2021-01-29 14:08수정 2021-01-29 14:2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떠오르는 베스트닥터] 정석원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정형외과 진료 분야 중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릎과 허리다. 이 두 분야의 환자가 가장 많다. 정형외과 의사들 또한 두 분야를 ‘메인’으로 여긴다. 하지만 정석원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44)는 어깨를 선택했다.

정 교수는 2007년부터 3년 동안 외국인 노동자 집단 거주 지역에 있는 사회사업 시설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했다. 매일 200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진료했다. 그때 처음으로 어깨 환자도 무릎이나 허리 환자만큼이나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라는 것 외에는 처방해 줄 게 없었다. 그만큼 어깨 분야를 잘 몰랐다.

정 교수는 공중보건의를 끝내고 대학병원 전임의를 시작하면서 어깨를 전공으로 택했다. 현재 정 교수 환자의 80%가 어깨 질환자다. 정 교수는 “이 환자에게 내가 마지막 의사라는 생각으로 진료한다”고 말했다. 더 이상 다른 병원, 다른 의사에게 가지 않아도 될 수준까지 고쳐놓겠다는 뜻이다.


● 비(非)수술 선호, 수술 시간은 짧게
수술을 꼭 해야 하느냐고 묻는 환자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정 교수는 재활치료를 먼저 권한다. 환자들은 그러다가 수술 시기를 놓치는 게 아니냐며 불안해한다. 정 교수는 “지금이 아니라 1년 후에 수술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주요기사
정 교수는 실제로 어깨 분야는 비수술 치료가 원칙이라고 말한다. 수술은 △다른 치료가 효과가 없을 때 △직업을 포함해 수술 후 관리를 잘할 수 있을 때 △불편함의 정도가 상당히 클 때 검토한다는 것이다.

일단 수술에 돌입하면 수술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이 정 교수의 철학이다. 일반적으로 똑같은 수술이라도 수술 시간이 짧으면 그만큼 수술 결과도 좋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몸에는 안 좋은 영향이 커진다. 바로 이 때문에 수술 시간을 줄이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 교수는 수술 전에 시뮬레이션을 한다. 3D 프린터로 수술 재료를 출력한 뒤 미리 점검하기도 한다. 절개 부위도 최소화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평균적으로 1시간이 걸리는 수술을 정 교수는 40분 이내에 끝낸다.

또한 어깨 관절에 이상이 생기더라도 인공 관절로 대체하기보다는 힘줄을 이용하거나 패치를 쓰는 식으로 가급적 본인의 관절을 살리려고 하는 편이다.

● 중증 질환 겹친 어깨 질환자 치료 많아
정 교수는 “개인병원과 달리 대학병원 정형외과에는 여러 질병을 가지고 있어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이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정 교수만 하더라도 수술 환자의 20% 정도는 중증 만성 질환자다.

5년 전 정 교수가 치료한 20대 후반의 여성 A 씨는 발작을 일으키는 뇌전증 환자였다. 발작 과정에서 어깨 탈골이 자주 일어나 우울증까지 생길 정도였다. 정 교수는 뼈 주변의 느슨해진 연부 조직을 단단하게 하는 수술을 했다. 하지만 얼마 후 다시 발작 과정에서 어깨가 빠졌다. 다른 해법이 필요했다. 정 교수는 쇄골 주변에 있는 ‘오구돌기’라는 뼈의 일부를 옮기는 수술을 결정했다. 이렇게 하면 어깨뼈가 넓어지는 효과를 내 탈골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 이 수술은 어깨뼈가 손상됐을 때 시도한다.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2년 후 정 교수는 병원에서 우연히 A 씨를 만났다. 또 발작이 왔나 싶었는데 아니란다. 그 사이에 A 씨는 결혼을 했고, 임신도 했다. 출산하러 병원에 왔다고 했다. 뒤늦게 A 씨는 정 교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3년 전에는 20대 초반의 자폐증 환자 B 씨가 쇄골 골절로 부모에게 이끌려 정 교수를 찾았다. B 씨는 불안하면 폭력적으로 변했다. 이 경우 수술 후 관리가 힘들어 수술 실패율이 높다. 하지만 B 씨의 폭력성이 더 커지면서 결국에는 뼈가 피부를 뚫고 나오는 지경이 돼 버렸다. 피부 감염도 발생했다.

수술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 교수는 환자의 팔과 다리를 병상에 묶은 채로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후에는 상체 전체를 깁스했다. 몇 차례의 수술과 긴 치료가 이어졌다. 6개월 후 B 씨는 건강한 상태로 퇴원했다.

● 수술 후 어깨 근육 강화하는 약물 개발 중
어깨 수술을 받은 환자의 일부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는데도 어깨 기능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다. 정 교수는 “외상이나 노화로 인해 어깨에 지방이 쌓이거나 근육이 지방층으로 바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수술 후에도 어깨 기능을 향상시키려면 근육 상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연구를 진행 중이며 신규 물질을 찾아냈다. 나아가 국내 바이오기업과 함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는 동물실험 단계다. 사고로 어깨 힘줄이 끊어진 쥐, 노화로 근육에 변성이 온 쥐 등 상황별로 근육을 강화하는 물질과 약을 주사했다. 정 교수는 “5년 이내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며 최종적으로 주사제 형태의 약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을 어깨 치료에 도입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했다. 정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팀과 함께 2124명의 자기공명영상(MRI) 데이터로 AI를 활용했을 때 진단과 분류가 얼마나 정확한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진단 정확도는 93%, 분류 정확도는 87%였다. ‘인간 의사’가 직접 병을 진단하고 분류할 때와 비교해도 이 수치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깨와 주변이 아프다면…세 가지 스트레칭 방법

정석원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어깨 질환을 예방하려면 등이 굽은 채로 앉아있는 자세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스트레칭을 권했다. 뻐근하거나 통증이 있다는 이유로 스트레칭을 중단하면 2차 강직으로 인해 증세가 악화할 수 있다. 단, 통증이 있을 때는 근력 운동은 피해야 한다.

어깨와 그 주변이 아프다면 정 교수가 제안하는 세 가지 스트레칭을 시도해볼 만하다. 관절의 운동 범위를 넓혀준다. 하루에 3, 4회 지속적으로 하되 몸의 반동을 이용하면 운동 효과가 떨어지니 천천히 동작을 해야 한다.



① 팔 올리기=베개를 베지 않고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아픈 팔을 머리 위로 올린다. 통증이 느껴지는 수준까지 팔을 뻗는다. 이때 팔꿈치를 펴야 하며 다른 손으로 20초 정도 지그시 눌러준다. 15회 반복한다.


② 벽에 팔 대고 상체 밀기=아픈 쪽 팔을 옆으로 직각이 되게 꺾은 후 벽에 댄다. 팔꿈치부터 손까지 벽에 밀착한 후 몸통을 서서히 앞쪽으로 민다. 20초씩 15회 반복한다.



③ 옆으로 누워서 팔 누르기=베개를 베고 아픈 어깨가 바닥 쪽으로 가도록 옆으로 누운 뒤 팔을 앞으로 뻗는다. 이어 아픈 팔의 팔꿈치를 수직으로 세웠다가 다른 손으로 아픈 팔의 손목을 잡고 누른다. 20초씩 15회 반복한다. 등 뒤로 팔이 뻗어지지 않을 때 특히 좋은 스트레칭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