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며… 설거지 하며… “명상,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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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머리 쉬게하는 시간… ‘이 순간’에 집중하는게 중요

전문가들은 명상의 자세나 방법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명상은 잠들기 직전에도, 길을 걸으면서도, 설거지를 하면서도 할 수 있다. 걷는 발걸음에 집중하면서 잡생각을 떨쳐낼 수 있고 그릇을 닦으면서 떨어지는 물과 자신의 손, 접시에 신경을 쏟아 복잡했던 머리를 쉴 수 있게 해주면 된다.

# 공직에 몸담고 있는 백 씨(40)는 업무 특성상 정신없이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도 항상 냉정한 판단력을 잃지 않아야 했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는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러고 나면 어느 정도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실수도 훨씬 줄일 수 있었다.
워킹 맘인 복정선 PR 에이전시 팀장은 명상으로 스트레스 조절을 한다.
워킹 맘인 복정선 PR 에이전시 팀장은 명상으로 스트레스 조절을 한다.
# PR 에이전시 팀장인 복정선 씨(45)는 워킹 맘이다. 직업상 하루의 많은 시간을 긴장상태로 보내야 한다. 복 씨가 처음 명상을 시작한 건 곧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 때문이다. 오후 11시. 휴대전화의 알람이 울리면 조용한 방에 홀로 앉아 손에 옥 부처를 쥔다. 처음에는 딸을 위한 기도였다. 소망하는 것을 마음속으로 읊조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혼자 있는 그 순간의 고요함에 마음도 조용해지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기도를 하기 위해서 한참이 걸려야 떨쳐낼 수 있었던 생각들도 이제는 몇 분도 안돼 평온한 상태로 만들 수 있다.

전기욱 디자이너는 좋아하는 노래를 듣기 시작하면서 불면증이 사라졌다.
전기욱 디자이너는 좋아하는 노래를 듣기 시작하면서 불면증이 사라졌다.
# 전기욱 씨(38)는 디자이너다. 한동안 불면증으로 힘들었던 그는 요즘 자기 전에 익숙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 대부분 20대의 추억이 떠오르는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다. 명상할 때 들을 법한 클래식이나 음악도 들어봤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다. 익숙한 노래를 듣고 있으면 예전 기억이 떠올라 웃음이 나기도 하고 때론 슬픈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감정들에 편안함을 느낀다.

○ 스트레스로 수면장애 겪는 2030 남성 늘어

“당신은 행복합니까?”라고 물으면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심하게 화를 내거나 막말을 하는 등 이성을 잃고 후회하게 되는 경우가 더 잦다. 2018년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작성한 ‘2013∼2018 우울증 진료 현황’을 살펴보면 19세 이하 청소년의 우울증 진료 환자는 2017년 대비 2019년 41.5%가 증가했다. 20대는 거의 모든 심리·불안 진료 부문에 걸쳐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SNS를 통한 타인과의 비교나 ‘잘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나 조금 더 나은 방향을 찾는 움직임이 활발한 이유다. 신체를 넘어서 심리·정신건강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이때 주목받는 것은 단연 ‘명상’이다. 명상은 잠깐의 위로를 넘어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멘털 케어’ 요법으로 점차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아직 어디서, 어떻게 나에게 맞는 명상을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

○ 명상 중 떠오르는 생각 수용해야

가장 널리 알려진 명상법은 1979년 존 카밧진 박사가 만성통증이나 질병에 노출된 환자의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 창안한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법이다. 마음챙김은 판단을 지양하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생각이나 감정에 허우적거리거나 특정 생각에 집착하는 것을 막고 소중한 것을 또렷하게 볼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그렇다면 명상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자비명상의 마가 스님은 명상을 어떤 방법으로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마가 스님은 명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알아차림’이라고 강조했다. “명상을 하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억지로 떨쳐내려고 애쓰지 말고 우선은 들여다보라.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보면서 지금의 나의 상태를 알아채고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명상의 첫 걸음이다.”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알아차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동조종’이라는 것이 있다. 생각의 버릇이다. 의식하지 않아도 우리는 습관적으로 출근길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로 발걸음을 움직인다. 누군가 나에게 화를 내면 조건반사처럼 나도 상대에게 화가 난다. 생각보다 우리는 주입된 생각들에 의해서 움직이는 일들이 많다.”

조 교수는 명상을 통해 자동조종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현재의 자신의 상황을 관찰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동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잠깐 멈추고 현재의 상황을 차분하게 생각해보면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것을 조절할 수 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톡 쏘는 말에 상처 받았을 때…

날이 선 말이 나에게 날아오니 기분이 상한다. 기분을 나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나에게 그런 말을 한 걸까? 그 사람이 나에게 그렇게 대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그 말이 사실인 것처럼 느껴지는 마음을 가만히 바라본다.

지금, 여기에 멈춰 서자 내 기분이 자동적으로 나빠질 필요는 없을 것이란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 말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내가 어떤 기분을 느낄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인데. 나에게는 그럴 자유가 있는데.

답답한 마음, 호흡하기

일은 밀려 있고 진도는 나가지 않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답답한 느낌이다. 내가 열심히 한다고 빨리 진행되는 일도 아니다. 상황을 통제하는 주체가 내 밖에 있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더 답답해진다. 그곳에 주의를 집중하고 호흡이 그곳에 닿게 해본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들이쉬고, 내쉬고. 답답한 부분이 날숨을 통해 몸 밖으로 조금씩 빠져나가는 상상을 해본다. 어느새 내 몸 안에서 답답함은 많이 사라져 있고, 호흡만이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

손호영 예선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헬스동아#건강#명상#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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