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에 영어-중국어 학습서 만든 명의… 송호영 서울아산병원 교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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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의학 분야 세계적 권위자
3년째 스페인어-아랍어도 공부 “주3시간 투자하면 회화 가능”

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연구실에서 만난 송호영 영상의학과 교수(65·사진)의 책상엔 색이 바랜 1200페이지짜리 노트 3권이 놓여 있었다. 좁쌀만 한 글씨로 빼곡히 채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노트였다. 30년 외국어 학습 노하우가 담긴 ‘비밀노트’인 셈이다. 현재 송 교수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세 언어에 능통하다. 그는 “3년 전부터 스페인어를, 지난해에는 아랍어 공부도 시작했다”며 노트를 꺼내 보였다.

송 교수는 영상의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식도와 위장관에 삽입하는 스텐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26건의 특허를 받았다. 스텐트는 혈관, 요도 등이 좁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삽입하는 관 형태의 의료기기다.

대학병원 교수가 외국어 공부에 빠져든 계기는 1989년 한 국제학회에서의 발표 경험이었다. ‘출혈(Bleeding)’이라고 발음해야 할 사망 원인을 ‘사육(breeding)’이라고 읽자 장내가 술렁였다. 송 교수는 “간단한 의학 용어도 소통할 수 없는 영어 실력으로는 연구 성과의 한계가 명확해 보였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듬해부터 영어 공부에 매달렸다. 동료 교수들과 영어 공부반도 만들었다. 아무리 바쁜 직장인이라도 일주일에 3시간만 투자하면 회화 실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40대(1998년)와 50대(2005년)에 일본어와 중국어에 도전했다.

23일 정년퇴임한 송 교수는 이달 말 영어와 중국어 학습 노하우를 담은 책을 내놓는다. 해외 병원의 초청으로 앞으로 7년 동안 미국과 중국에서 후학 양성과 연구를 병행할 예정이다. 송 교수는 “성공한 인생이란 얼마나 많은 멘토를 만나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 멘토가 되는가에 달렸다”며 “끝없이 배우고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서울아산병원#송호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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