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재로 쓰인 백년초… 약효는 줄기에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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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산 보라색 열매는 효능 없어… 제주자생 백년초가 질병에 효과”

흔히 백년초(百年草) 하면 외국에서 수입한 선인장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오리지널 백년초는 사실 1500년 전 제주도 해안에서 자라던 것을 말한다. 백년초 꽃은 5∼7월에 피며, 주로 가지 끝 엽상경(백년초 열매)의 가장자리에 달린다. 지름은 5cm 정도다. 제주대 고석찬 교수는 제주자생 백년초가 곧추서서 높게 자라고 엽상경이 크다는 특징을 반영해 ‘왕선인장’으로 새로 명명한 바 있다.

식물전문가에 따르면 왕선인장은 주로 남반구의 아열대 또는 열대지역에 분포한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중국에서 그 분포가 보고 된 바 있으나 일본에서는 기록이 없고 제주도 해안가에 야생으로 생육한다. 언뜻 선인장처럼 보이는 백년초는 중약대사전에 따르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해독, 진통, 항산화작용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에서 남쪽 해안 4곳과 서북쪽 해안 4곳에서 크고 작은 군락을 형성하여 자생하는데, 그중 자연성이 잘 보전되어 있고 비교적 규모가 큰 곳은 서귀포와 애월 지역이다. 이처럼 제주도 일부지역에만 중점적으로 자생하는 백년초는 예로부터 민간에서 약재로 널리 알려져 쓰였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필자가 이 백년초를 지난 수십 년간 재배하면서 연구하고 약리에 대해 알아본 결과 중약사전 등에서 기술된 것처럼 각종 질병 예방에 좋은 약재인 사실을 확인했다. 백가지 병을 낫게 한다는 백년초는 그래서 일반적인 선인장과는 큰 차이가 있다. 제주도민이 예전부터 사용하던 약재로서의 식용 백년초는 접골, 화상피부 등에 민간요법으로 사용해 왔다.

약성이 뛰어난 점이 알려지면서 최근 백년초가 아닌 다른 선인장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경우도 많다. 필자는 이 같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농민들에게 오리지널 백년초를 재배해 소득을 높여 나갈 것을 권장했다.

현재 백년초는 종자보호원에 종자등록 보호출원이 돼 있다. 그런데 시중에 유통되는 선인장과 보라색 열매를 백년초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선인장과 보라색 열매는 멕시코에서 20여 년 전에 가져와 제주한림 월령지역에 심은 것이다. 외국산 선인장은 수명이 8, 9년 정도이고 잔가시가 많다. 1, 2년 전에 생겨난 잎은 가지마다 누렇게 썩어가며 죽는다.

백년초의 효능을 나타내는 부위는 예로부터 열매가 아닌 줄기다. 따라서 외국에서 들여온 선인장의 보라색 열매에선 민간요법의 효능을 기대할 수 없다. 이처럼 순수한 백년초를 수입한 선인장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오류를 범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홍보와 관심이 필요하다.

김제국 백년초 박물관 관장
#헬스 동아#건강#백년초 건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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