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으로 암치료…환자 94% “진료에 만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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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길병원, 왓슨 도입 1주년

가천대길병원 인공지능 왓슨암다학제 진료팀이 환자에게 진료를 하고 있다. 왓슨암다학제란 해당 진료과 및 영상의학과 혈액종양학과 등 5, 6명의 전문의가 왓슨과 함께 협력해 환자를 진료하는 것을 말한다. 가천대길병원 제공
가천대길병원 인공지능 왓슨암다학제 진료팀이 환자에게 진료를 하고 있다. 왓슨암다학제란 해당 진료과 및 영상의학과 혈액종양학과 등 5, 6명의 전문의가 왓슨과 함께 협력해 환자를 진료하는 것을 말한다. 가천대길병원 제공
“인공지능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게 놀랍고 신기할 뿐이죠.”

13일 가천대길병원 인공지능 암센터에서 대장암 환자 김모 씨(71)가 주치의인 외과 백정흠 교수 주도 아래 ‘왓슨암다학제’ 진료를 받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왓슨암다학제 진료는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와 함께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혈액종양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등의 주치의를 포함한 여러 진료과 의사 5, 6명이 환자를 진료해서 최상의 치료법을 찾는 것. 김 씨는 지난달 대장암 수술을 받았고 추가 항암 치료가 필요했다. 김 씨는 “다학제 진료 시 인공지능의 의견과 주치의 선생님을 비롯한 의료진 6명의 이야기를 종합해서 들었다”며 “치료 방법, 계획, 기대 효과 같은 ‘왓슨 진료 가이드라인’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봤고 오랜 시간 충분한 설명을 들어 내가 받을 치료에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 인공지능 헬스케어 선도적 도입

가천대길병원이 국내 최초로 왓슨을 도입한 지 1년이 지났다. 가천대길병원이 인공지능 암센터를 설립한 후 국내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공지능 헬스케어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가천대길병원에 이어 부산대병원, 건양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조선대병원, 전남대병원 등 6개 병원이 왓슨 포 온콜로지를 확대 도입했다. 최근에는 공공기관인 국립보훈병원이 왓슨 도입을 결정했다. 우리나라는 1년 만에 8대의 왓슨이 도입된 것이다. 왓슨은 중국이 50곳으로 가장 많고 미국이 21곳, 인도 16곳, 그리고 한국이 네 번째다. 이외에 캐나다, 일본, 네덜란드, 네팔, 방글라데시, 태국이 각각 1곳에서 도입했다.

가천대길병원 인공지능병원추진단의 이언 단장은 “왓슨암다학제 등 인공지능 헬스케어를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좀 더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향후 고령화로 발생할 막대한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환자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가천대길병원 인공지능 암센터가 10월 26일∼12월 1일 왓슨으로 진료받은 환자 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왓슨암다학제 진료 만족도 조사’ 결과 매우 만족한다는 응답이 94%에 달했다.

○ 인공지능 암센터, 의료진과 의견 일치율 향상

왓슨 도입 1년을 맞이한 가천대길병원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의료진과 인공지능 시스템의 의견 일치율 향상 부분은 눈여겨볼 만하다. 올해 대장암(결장암) 환자 118명을 대상으로 한 의료진과 왓슨의 ‘강력 추천’ 분야 의견 일치율이 55.9%로 과거 후향적 연구 48.9%에 비해 7%포인트 높아졌다.

게다가 올해 이뤄진 인공지능 암센터의 의견 일치 분야를 ‘강력 추천’뿐만 아니라 ‘추천’으로 확대시키면 대장암(결장암) 환자의 의료진과 왓슨의 의견 일치율은 78.8%로 높아진다.

왓슨은 환자 데이터를 입력하면 과거 임상 사례를 비롯해 선진 의료기관의 자체 제작 문헌과 290종의 의학저널, 200종의 교과서, 1200만 쪽에 달하는 전문자료를 바탕으로 ‘강력 추천’ ‘추천’ ‘비추천’으로 나눠서 해당하는 치료 방법을 제시한다. 이 중 ‘강력 추천’과 ‘추천’이 실제 환자에게 권장되고 있다.

백 교수는 “과거에 비해 ‘강력 추천’ 의견 일치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그만큼 의료진이 왓슨의 의견에 동조했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일부라도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 인공지능 암센터, 환자 수도권 쏠림 현상 개선 기대

지역 대형병원의 인공지능 암센터 도입은 환자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완화시켜 줄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헬스케어를 통해 병원 간 편중 문제를 해소해 의료의 평준화를 이끌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언 단장은 “국내 암환자 70%가 이른바 ‘빅4 병원’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 환자들이 큰 병원에 가는 이유는 많은 경험을 보유한 만큼 실력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라며 “극히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빅4 병원이 아닌 병원에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병원 쏠림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환자의 사례가 담긴 왓슨을 잘 활용하면 진료의 정확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시행한 결과 환자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고 덧붙였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인공지능#암센터#길병원#왓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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