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세 부모 아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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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르단 출신 미국인 마흐무드 하산 부부는 유전성 신경대사장애인 리증후군(Leigh syndrome)으로 자녀 둘을 잃었다. 엄마는 건강했지만 아이들은 엄마의 미토콘드리아를 통해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미토콘드리아는 난자를 통해서만 유전된다. 부부는 난자에서 세포핵만 다른 여성의 것으로 교체한 뒤 수정시켜 건강한 아기를 출산했다. 얼마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세 부모 아이’의 탄생이다.

 ▷2모(母) 1부(父)를 둔 아이는 맞춤형 아기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동시에 윤리적 논란을 일으켰다. 유전자 조작은 자연 섭리를 거스르는 행위로 미래에 예측할 수 없는 파괴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시술을 담당한 존 장 박사는 “생명을 살리는 일이야말로 윤리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정당화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지 못해 시술은 멕시코에서 이뤄졌다.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 교수가 방한해 “1년 안에 한국에서 세 부모 아기가 탄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탈리포프는 2013년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자리에 피부세포를 주입해 6개의 복제배아를 만들었고 같은 방식으로 원숭이 새끼 7마리를 출산시킨 바 있다. 다만 전제조건이 있다. 한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세 부모 아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고 규제의 문제라는 의미다. 윤리 논란을 뚫고 승인만 해주면 어느 나라에서든 태어날 수 있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하면 DNA를 떼었다 붙였다 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다. 생명체의 혁명에 비견되는 이 첨단 기술을 통해 동식물을 대상으로 엄청난 성과가 나오고 있다. 인간을 실험 대상으로 할 것인가가 마지막 관문으로 남아 있다. 영국이 올해 초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인간배아의 유전자 교정 연구를 세계 최초로 허가했다. 미국도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허용했다. 종교계가 윤리적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하겠지만 인간의 결함을 보완하는 맞춤형 유전기술의 거대한 흐름을 막기 어려울 것 같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마흐무드 하산#유전#아이#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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