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2016] 이은석 '듀랑고' 디렉터 "집단의 창의성을 독려하는 것이 혁신의 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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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4월 27일 12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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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랑고: 야생의 땅'(이하 '듀랑고')는 원시시대에서의 생존을 주제로 한 롤플레잉 모바일게임이다. 또한, 야생의 험난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행동이 게임 내에 그대로 구현되고, 이 과정에서 다른 게이머와 협력하는 여러 다중접속 콘텐츠가 존재해 전례가 드문 독특한 모바일게임으로 평가를 받는다. 이 '듀랑고'는 과연 어떤 개발 환경 속에서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일까?

NDC 2016 듀랑고 개발기 발표 (출처=게임동아)
NDC 2016 듀랑고 개발기 발표 (출처=게임동아)

금일(27일)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이하 NDC) 2016에서 넥슨 왓스튜디오의 이은석 '듀랑고' 디렉터는 '돌죽을 끓입시다'란 이름의 발표를 통해 게임 개발 결과물을 낼 수 있게 돕는 조직 내부의 개방적 업무 문화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약 20년의 게임 개발 경력 동안 '화이트데이', '마비노기', '마비노기 영웅전' 등에 참여한 바 있다.

이은석 디렉터는 먼저, 동화 '돌죽의 이야기'처럼 눈에 보이는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해 다른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게임 개발자가 창의성을 더 잘 발휘하기 때문이다. 전세계 시장을 무대로 소수의 유명 게임이 이득을 독식하는 현재의 게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최저가가 아닌 창의성에서 탄생한 혁신적인 게임을 무기로 삼아야 한다는 그의 지론도 들을 수 있었다.

NDC 2016 듀랑고 개발기 발표 (출처=게임동아)
NDC 2016 듀랑고 개발기 발표 (출처=게임동아)

아울러 여러 개발자가 참여하는 게임 개발 중 '무엇을 만들까?', '만들 수 있을까?', '만들면 재미있을까?' 등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점도 중요하다는 말도 언급됐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란 속담처럼 게임 개발자가 갈피를 못 잡아 창의성을 발휘하기 어려워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과정에서 이은석 디렉터는 지난 2001년 '화이트데이' 개발을 맡을 때 지나친 간섭과 권위적인 개발 지휘로 개발자들의 의욕을 꺾었던 실패 사례를 소개했다.

이와 함께 집단이 게임 개발에 참여하면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여러 노하우가 이은석 디렉터의 입에서 나왔다. 게임 개발이 인명사고가 일어나는 건설 현장 같은 곳이 아닌 이상 절차와 책임이 명확한 수직적인 위계구조보다 수평적이고, 의견 공유가 자유로운 환경이 필요하단 것이 이은석 디렉터의 설명이었다. 다만, 다수결이 좋은 게임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과거 여러 실패 사례의 원인으로 꼽힌 '집단사고의 함정' 역시 경계해야 한다며, 명확한 선을 그으라고 참관객들에게 주문했다.

NDC 2016 듀랑고 개발기 발표 (출처=게임동아)
NDC 2016 듀랑고 개발기 발표 (출처=게임동아)

이은석 디렉터는 앞서 설명한 개발 철학과 분석을 근거로 삼아 '듀랑고'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왓토크', '왓독스' 등 '듀랑고' 개발 중 사용된 내부 의사소통 시스템과 활용 과정이 소개됐다. 또한, 그는 대화, 글, 그림, 영상, 프레젠테이션, 시범용 게임 등 여러 정보 공유의 수단을 제작 난이도, 독해 난이도, 제작 난이도 세 부문으로 나눠서 평가해 참관객들에게 상황에 따른 장단점을 설명했다.

이러한 게임 개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넓은 안목과 깊은 전문성을 동시에 갖춘 인재를 선호한다는 이은석 디렉터의 생각도 발표 중에 나왔다. 게임 개발에 필요한 능력이 부족한 것보다는 중첩되는 것이 낫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 그는 가성비를 고려한 다양한 방법으로 불확실성을 줄이고, 게임 개발팀의 집단 창의성을 독려하는 것이야 말로 게임 개발을 지휘하는 사람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NDC 2016 듀랑고 개발기 발표 (출처=게임동아)
NDC 2016 듀랑고 개발기 발표 (출처=게임동아)

마지막으로 이은석 디렉터는 "창의성에 부담을 느껴 이탈하는 개발자도 있지만, 반대로 이를 반기면서 즐겁게 자발적으로 게임 개발에 참여하는 개발자도 많다"라며, "개발자들이 즐겁게 게임을 개발해야 게이머들도 즐겁게 즐긴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김원회 기자 justin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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