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기술로 제작한 ‘종가로걸이 쇠’는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의 무게를 버텨 내지 못한다.’
1975년 국립경주박물관 이전 당시 성덕대왕신종을 지탱할 종걸이 쇠는 기술자들에게 큰 골칫거리였다. 당시로서는 최첨단 기술로 종걸이 쇠를 만들었지만 28t이나 되는 성덕대왕신종을 감당하지 못했다. 타종이라도 하면 추가로 진동이 발행하는 만큼 실제로 종걸이 쇠가 감당해야 할 무게는 28t이 넘었다. 결국 성덕대왕신종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도 옛날 종걸이 쇠에 걸렸다.
○ ‘칼 강국’ 日, 獨은 전통 기술 현대화해
조남철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는 “전통 단접 방식으로 종걸이 쇠를 만들었기 때문에 옛날 종걸이 쇠가 더 튼튼하다”고 설명했다. 전통 단접 방식은 철판을 접어 수없이 두드리는 게 핵심이다. 대장장이가 수백∼수천 번 철판을 접고 두드리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제거되고 인장 강도가 늘어난다.
조 교수는 “전통 단접 방식은 기술적으로는 뛰어나지만 칼 한 자루를 만드는 데 3개월이 걸린다”며 “제련 과정도 3, 4회 정도 거치는 등 까다로워서 소수 장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대중화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은 일본도를 만들 때 사용했던 전통 단접 방식을 꾸준히 발전시켜 현재 세계 주방용 칼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연간 93억4000만 위안(약 1조7400억 원)에 이르는 중국 주방용 칼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점유율은 2013년 약 10%로 ‘고가 명품 칼’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중국 칼 시장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의 점유율은 35%에 이른다. 쌍둥이 칼로 유명한 헹켈은 전통적으로 대장장이 마을로 불리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졸링겐 지역에서 1731년 설립됐다. 스테인리스강 대신 탄소강으로 칼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부스트호프는 1814년에 설립돼 7대를 이어 오고 있다.
조 교수는 “성덕대왕신종을 1000년 이상 떠받들 만큼 우수한 전통 단접 기술을 복원해 여기에 국내 합금 기술을 접목하면서 자동화하고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동(銅)에 탄소 넣어 녹 방지
김긍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전통 소재인 유기를 개량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놋그릇은 색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식중독균과 유해물질을 잡아 주는 효능이 있다. 하지만 쉽게 녹이 슨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김 연구원은 유기 재료인 동(銅)에 탄소를 집어넣어 화학적인 특성을 바꾸는 방법을 찾고 있다. 미국의 소재 전문 기업인 서드밀레니엄메탈스가 2010년 출원한 특허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기업은 구리에 탄소를 넣어 녹이 슬지 않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김 연구원은 “탄소를 추가해 가볍고 잘 깨지지 않는 유기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놋그릇의 물리적인 특성을 30% 향상시키면서 가격은 30%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우석 한국세라믹기술원 도자세라믹팀장은 “고려청자, 조선백자 등 전통 도자기의 미세 구조와 유약 층을 분석한 뒤 최신 나노기술을 접목하면 잘 깨지지 않는 도자기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공예, 의류, 식품, 건축 등 전통 산업에 과학기술을 융합해 첨단 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하반기 시범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송경희 미래부 융합기술과장은 “전통문화 자원은 세계적인 공감대를 얻고 독점적인 신시장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전통 소재에 첨단기술을 융합해 신제품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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