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t 에밀레종 1000년 매단 종걸이 쇠 금속 기술로 명품 칼 만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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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기술에 첨단과학을 입혀라

28t에 이르는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을 1000년 이상 지탱하고 있는 건 작은 종가로걸이 쇠다. 종걸이쇠는 오랜 시간 쇠를 단련시키는 전통 단접 방식으로 만들어져 현대 기술로 제작한 종걸이 쇠보다 훨씬 튼튼하다. 동아일보DB
28t에 이르는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을 1000년 이상 지탱하고 있는 건 작은 종가로걸이 쇠다. 종걸이쇠는 오랜 시간 쇠를 단련시키는 전통 단접 방식으로 만들어져 현대 기술로 제작한 종걸이 쇠보다 훨씬 튼튼하다. 동아일보DB
‘현대 기술로 제작한 ‘종가로걸이 쇠’는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의 무게를 버텨 내지 못한다.’

1975년 국립경주박물관 이전 당시 성덕대왕신종을 지탱할 종걸이 쇠는 기술자들에게 큰 골칫거리였다. 당시로서는 최첨단 기술로 종걸이 쇠를 만들었지만 28t이나 되는 성덕대왕신종을 감당하지 못했다. 타종이라도 하면 추가로 진동이 발행하는 만큼 실제로 종걸이 쇠가 감당해야 할 무게는 28t이 넘었다. 결국 성덕대왕신종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도 옛날 종걸이 쇠에 걸렸다.

○ ‘칼 강국’ 日, 獨은 전통 기술 현대화해

조남철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는 “전통 단접 방식으로 종걸이 쇠를 만들었기 때문에 옛날 종걸이 쇠가 더 튼튼하다”고 설명했다. 전통 단접 방식은 철판을 접어 수없이 두드리는 게 핵심이다. 대장장이가 수백∼수천 번 철판을 접고 두드리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제거되고 인장 강도가 늘어난다.

조 교수는 “전통 단접 방식은 기술적으로는 뛰어나지만 칼 한 자루를 만드는 데 3개월이 걸린다”며 “제련 과정도 3, 4회 정도 거치는 등 까다로워서 소수 장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대중화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은 일본도를 만들 때 사용했던 전통 단접 방식을 꾸준히 발전시켜 현재 세계 주방용 칼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연간 93억4000만 위안(약 1조7400억 원)에 이르는 중국 주방용 칼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점유율은 2013년 약 10%로 ‘고가 명품 칼’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중국 칼 시장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의 점유율은 35%에 이른다. 쌍둥이 칼로 유명한 헹켈은 전통적으로 대장장이 마을로 불리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졸링겐 지역에서 1731년 설립됐다. 스테인리스강 대신 탄소강으로 칼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부스트호프는 1814년에 설립돼 7대를 이어 오고 있다.

조 교수는 “성덕대왕신종을 1000년 이상 떠받들 만큼 우수한 전통 단접 기술을 복원해 여기에 국내 합금 기술을 접목하면서 자동화하고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종걸이 쇠〉
〈종걸이 쇠〉
○ 동(銅)에 탄소 넣어 녹 방지


김긍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전통 소재인 유기를 개량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놋그릇은 색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식중독균과 유해물질을 잡아 주는 효능이 있다. 하지만 쉽게 녹이 슨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김 연구원은 유기 재료인 동(銅)에 탄소를 집어넣어 화학적인 특성을 바꾸는 방법을 찾고 있다. 미국의 소재 전문 기업인 서드밀레니엄메탈스가 2010년 출원한 특허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기업은 구리에 탄소를 넣어 녹이 슬지 않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김 연구원은 “탄소를 추가해 가볍고 잘 깨지지 않는 유기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놋그릇의 물리적인 특성을 30% 향상시키면서 가격은 30%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우석 한국세라믹기술원 도자세라믹팀장은 “고려청자, 조선백자 등 전통 도자기의 미세 구조와 유약 층을 분석한 뒤 최신 나노기술을 접목하면 잘 깨지지 않는 도자기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공예, 의류, 식품, 건축 등 전통 산업에 과학기술을 융합해 첨단 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하반기 시범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송경희 미래부 융합기술과장은 “전통문화 자원은 세계적인 공감대를 얻고 독점적인 신시장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전통 소재에 첨단기술을 융합해 신제품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종걸이 쇠#금속 기술#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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