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을 하는 이모 씨(65)는 한 쪽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전문업체의 보청기를 구입해 착용했다. 그러나 가격이 너무 비싼 데다 성능이 떨어져 호텔 로비나 결혼식장같이 공간이 넓고 소음이 많은 곳에서는 대화조차 하기 힘들었다.
여러 명이 대화할 때도 사람들의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고, TV를 보거나 성당에서 신부님의 강론을 들을 때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말소리가 또렷하게 들리지 않고 오히려 방해가 됐던 것이다. 결국 이 씨는 현재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
최근 이 씨는 부쩍 청력이 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언제부턴가는 소리가 어느 방향에서 들려오는지조차 분간할 수 없는 날이 많아졌다. 집 안에 틀어놓은 수돗물 소리가 욕실에서 나는 것인지, 아니면 부엌에서 나는지조차 분간할 수 없게 됐다. 이 씨는 참다 못해 김성근이비인후과를 찾아 진찰을 받았다.
청력 검사 결과 이 씨의 청력은 말소리를 명료하게 분별하지 못했고, 소리 방향 인식력도 많이 떨어져 있었다. 또 소음이 많은 곳에서의 대화가 상당히 어려웠다.
본원은 이 씨 난청의 특성을 고려해 보청기의 형태와 기종을 결정하고 양측 보청기를 처방해 효과적으로 난청을 교정했다. 이 씨는 이제 큰 불편 없이 살아가고 있다.
청각을 담당하는 달팽이관 속에는 모세포가 있다. 각 모세포는 뇌로 연결된 신경다발을 포함하고 있다. 노인성 난청을 포함한 감각신경성난청이 오는 경우는 이 모세포가 손상되면서 신경다발이 동시에 손상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리의 명료도도 감소하게 된다.
사람의 청각 기능은 감각기관 중 가장 예민하다. 주변의 모든 소리를 듣고 인지하면서 생활한다면 머리가 버틸 수 없다. 이 때문에 이런 예민한 소리의 감각을 억제하는 것이 바로 뇌의 기능이다. 비가 올 때 창가에 빗물이 부딪치는 소리가 처음엔 잘 들리지만 다른 일을 집중해서 하다 보면 그 소리를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난청으로 청력이 떨어지면 소리의 감각에 대한 뇌의 억제 기능도 같이 떨어지게 된다. 보청기를 처음 착용하면 청력이 바로 좋아지지만 뇌의 억제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결국 주변 소리가 잘 걸러지지 않는다.
즉 모든 소리가 다 들리게 되기 때문에 불편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청기 착용을 실패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보청기는 고장이 잘 나지 않아야 하고 불필요한 소리가 없어야 하며 조용한 곳에서도 말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또 시끄러운 곳에서 나는 소리가 불편하지 않도록 조절을 해줘야 한다. 잡음 속에서도 말소리가 잘 들려야 하고 여러 소리의 방향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전화나 TV 같은 전자음 소리를 잘 들을 수 있게 해야 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끊임없이 경험하게 되는 새로운 소리에 대해 보청기의 효과가 더 커져야 한다.
결국 이런 효과를 모두 내려면 보다 전문적이고 세밀하게 보청기 사용에 대한 처방과 조절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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