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우리는 어떻게 ‘메모’하고 있을까. 제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지만, 아직은 디지털(스마트폰, PC)과 아날로그(메모지, 공책)를 함께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을 이용하는 것은 빠르고 편리하고, 아날로그를 이용하는 것은 손맛과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을 각각 지녔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메모 도구를 다양하게 사용하다 보면, 메모한 내용이 여기저기 흩어져 한 번에 정리하기 어렵다는 난점이 있다. 만약 디지털 도구에 아날로그 메모까지 한데 저장할 수 있다면 어떨까.
노트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전문기업 에버노트(Evernote)는 사용자들이 디지털의 편리함과 아날로그의 감성을 모두 원한다는 점에 주목해, 몰스킨(moleskine)과 협업해 에버노트 몰스킨 컬렉션을 선보인 바 있다. 겉보기엔 일반 공책과 똑같이 생겼지만, 메모한 내용을 스마트폰의 에버노트 카메라로 촬영하면 마치 프린터로 스캔을 한 듯 말끔하다. 사진 속 텍스트도 검색할 수 있어 편리하다. 이곳저곳에서 필기한 내용을 에버노트 하나로 관리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번에는 ‘포스트-잍(Post-it)’이다. 우리가 메모를 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메모지를 떠올리라면, 단연 3M의 포스트-잍이다. 에버노트와 한국쓰리엠(3M)은 포스트-잍에 메모한 내용을 에버노트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한 ‘포스트-잍 노트 에버노트 컬렉션’을 12일 국내에 공식 출시하기로 했다.
이에 에버노트는 ‘에버노트가 포스트-잍 노트를 만났을 때!’라는 주제로 제품 출시 이벤트를 열었다. 행사에는 에버노트 앰베서더 및 사용자, 한국쓰리엠 소비자 사업본부 홍용식 본부장과 에버노트 아태지역 총괄 트로이 말론(Troy Malone) 지사장 등이 참석했다. 현장에는 에버노트 사용자들이 다수 참여해 자리가 모자랄 정도였다.
에버노트는 디지털, 포스트-잍은 아날로그라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것만 같지만, ‘삶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록 수단’이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에버노트는 사용 기기에 제약이 없고, 검색이 쉽고, 보관 및 유지 관리가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포스트-잍은 손쉽게 쓸 수 있고, 표현에 제약이 없고, 도구 사용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신제품은 양쪽의 장점을 모두 살리는 데 주목했다. 과연 어떻게?
신제품은 노랑, 초록, 분홍, 하늘 등 4가지 색상으로 출시됐으며, 사용하기 전 에버노트 앱에서 간단한 설정을 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각각의 포스트-잍 색상을 어떤 노트북, 태그, 알리미 등과 연관시키고 싶은지 결정하기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에버노트에서 ‘학교’라는 노트북을 만들고, 에버노트 설정에서 분홍색 포스트-잍을 ‘학교’ 노트북으로 연결해 두면 된다. 그러면 에버노트로 촬영한 분홍색 포스트-잍의 메모는 모두 자동으로 ‘학교’ 노트북에 정리된다. 사진 속 텍스트를 검색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신제품은 3월 12일 공식 출시되며, 교보문고 핫트랙스 및 영풍문고 온라인몰 등에서 구입 가능하다.
일반 포스트-잍과 신제품의 차이는 디지털 인식 시 색상이 효과적으로 인식된다는 데 있다. 포스트-잍의 색상을 노트북, 태그, 알리미 등과 연동하고자 할 때, 기존 제품의 경우 색상 인식이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때는 신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다만, 일반 포스트-잍을 사용하더라도 이미지 내 텍스트 검색 기능은 지원된다. 색상 인식이 필요하지 않는다면 일반 포스트-잍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포스트-잍 이미지 내 텍스트 검색(손글씨 인식률)은 비교적 정확하다. 에버노트 엔지니어들이 한국어 손글씨도 효과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다만, 글씨를 흘려서 쓸 경우 인식이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만약 글씨를 또박또박 쓰는 것이 귀찮다면, 텍스트 검색에 쓸 특정 단어만 깔끔하게 쓰면 된다. 참고로 포스트-잍을 에버노트로 찍어서 저장하면, 마치 스캔을 한 듯 선명하게 필기 내용을 볼 수 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박승훈 김해외고 교사, 정희정 일러스트레이터, 김경수 영어강사 등 에버노트 사용자들이 참석해 일상에서 에버노트와 포스트-잍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에버노트 교육 분야 앰베서더로 활동하는 박승훈 교사는 수업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고자 에버노트와 포스트-잍을 이용한 적이 있다.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면서 따분함을 느낀다. 이럴 때, 몸을 움직인다면 잠이 달아날 것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포스트-잍을 나눠주며 ‘영웅을 정의하는 내용’을 적도록 한 뒤, 포스트-잍을 벽에 붙이도록 했다. 다음으로 다른 친구들의 내용을 읽고 마음에 드는 것에 하트 표시를 하도록 했다. 모든 학생들이 일어나서 벽에 메모를 붙이고, 다른 친구들이 쓴 내용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는 학생들이 다른 친구들의 의견에 집중하고, 스스로 평가하는 만큼 자율성을 길러주며, 발표가 아닌 메모를 이용하는 만큼 부담 없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그는 “학생들이 내용을 읽는 동안 포스트-잍을 찍어서 에버노트에 저장했다. 이렇게 에버노트에 저장을 해 두면 향후 수업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이 포스트-잍에 쓴 편지를 보관하는 데도 에버노트를 효과적으로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포스트-잍은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장시간 깨끗하게 보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에버노트로 촬영해 사진으로 저장해두면 언제든지 기억하고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업무를 하다 보면 여러 장의 포스트-잍을 함께 촬영해야 할 때도 있다. 여러 장의 메모를 한 번에 인식하고, 마치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듯 각각 자동으로 정리된다면 더욱 좋겠다”라고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정희정 일러스트레이터는 평소 포스트-잍에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사진으로 찍어서 에버노트에 저장한다. 그리고 에버노트에 저장한 내용을 블로그나 SNS에도 발행한다. 아날로그 감성이 충만해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 그는, “아날로그의 흔적을 디지털(에버노트)로 저장해 외연을 확장하는 경험이 즐거웠다”라고 말했다.
포스트-잍은 언제 어디서나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차곡차곡 모아두었을 때는 하나의 자산이 된다. 그는 “그리고, 쓰고, 붙이고, 찍고, 보관하다 것 자체가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포스트-잍과 에버노트를 꼭 업무적으로 활용할 필요는 없다. 정희정 일러스트레이터는 취미생활을 할 때도 에버노트를 유용하게 쓴다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요리 레시피나 각종 생활정보를 포스트-잍에 써서 냉장고나 책상에 붙이고, 에버노트로 사진을 찍어 보관한다. 이와 같은 기록을 지인들과 공유하면 일상이 더욱 풍요로워진다.
영어 강사이자 생각정리 디자이너인 김경수 씨는 평소 포스트-잍을 자주 쓴다. 그는 순간 순간의 아이디어, 메시지, 체크리스트 등을 포스트-잍에 적은 뒤 여기저기 붙여둔다. 일반 포스트-잍 외에 비닐 형태의 인덱스와 작은 포스트-잍도 쓴다. 책에 밑줄을 긋기 아까울 때는 인덱스를 책에 붙이고 밑줄을 표시한다. 포스트-잍에 내용을 적어두면, 다이어리나 공책을 바꾸더라도 포스트-잍만 떼어내서 그대로 이전할 수 있다.
그는 포스트-잍을 쓸 때 가급적 간단한 내용을 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포스트-잍에는 한꺼번에 많은 내용보다는 중요한 내용 1개를 적는 것이 좋다. 그래야 생각을 간결하게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포스트-잍 1장을 썼는데 아이디어가 더 생각난다면, 작은 포스트-잍을 아래에 덧붙여서 추가해 나가는 방법도 있다. 포스트-잍 1장을 슬라이드 1장으로 생각하면 발표를 효과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4가지 포스트-잍 색상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소개했다. 그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장소별로 색상을 구분했다(파란색: 이동, 초록색: 카페, 분홍색: 집, 노랑색: 직장). 그리고 각각의 장소에서 메모를 쓰고(write), 붙이고(stick), 찍고(take), 관리(organize)했다. 이 알파벳의 첫 글자를 거꾸로 나열해보면 ‘SWOT’이 된다. SWOT이란 비즈니스 전략을 세우가나 경영 시 중요한 이슈를 분석할 때 사용하는 분석 툴이다. 그는 “에버노트와 포스트-잍으로 자기관리를 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SWOT 분석하는 것과 유사하다”라고 말했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에버노트 아태지역 총괄 트로이 말론(Troy Malone) 지사장은 에버노트와 포스트-잍을 어학 공부하는 데 쓴다고 소개했다. 포스트-잍에 모르는 단어를 적어두고 에버노트에 찍어서 저장한다. 에버노트에 저장한 사진을 스키치(Skitch) 앱에서 불러오고 단어를 확인한다. 단어의 뜻이 기억나면 초록색으로, 기억나지 않으면 빨간색으로 체크한다. 그리고 모르는 단어만 모아서 다시 한번 살펴본다. 이처럼 에버노트의 활용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한편, 오는 4월에는 에버노트와 포스트-잍을 잘 사용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에버노트 노트톤’이 개최된다. 에버노트와 포스트-잍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모여 자신만의 활용 방법을 공유하는 행사다. 에버노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에버노트 사용자 모임은 여느 IT 행사와는 다르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고, 마치 에버노트 직원인 양 에버노트를 열렬하게 소개하는 이들도 있다. 에버노트 사용자 모임이 자주 열리기 때문일까, 행사가 끝난 후에도 사용자들 간 네트워킹이 활발했다. 에버노트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의 안부나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적극적으로 나서게 해주는 에버노트의 힘, 그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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