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굴-조개 충분히 익혀드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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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로 바이러스 식중독 비상

노로 바이러스는 기온이 10도, 습도가 40% 이하로 내려가는 초겨울부터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다. 일반 배탈 약으로는 치료되지 않기 때문에 증상이 의심되면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동아일보DB
노로 바이러스는 기온이 10도, 습도가 40% 이하로 내려가는 초겨울부터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다. 일반 배탈 약으로는 치료되지 않기 때문에 증상이 의심되면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동아일보DB
“글쎄, 닭갈비가 감염시킨 건 아니고요….”

강원 춘천시의 명물 닭갈비집들이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최근 춘천을 다녀간 대만, 홍콩인 관광객 300여 명이 노로 바이러스에 집단 감염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이 사실이 알려지기 무섭게 일부 언론은 “닭갈비가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식의 기사를 쏟아냈다. 결국 질병관리본부가 직접 나서 닭갈비가 감염원이 아니라고 해명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닭갈비 업소의 매출이 반 토막 나는 걸 막지는 못했다.

식중독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여름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쉽게 생각한다. 실제로 식중독의 50% 정도는 6∼9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여름철 식중독은 살모넬라균, 비브리오균, 포도상구균 등 세균이 일으킨다. 하지만 식중독은 겨울에도 발생한다. 바이러스성 식중독을 일으키는 노로 바이러스의 활동이 쌀쌀한 날씨와 함께 더욱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 여름철 식중독과 증상 비슷

노로 바이러스(NLVs)는 27∼40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크기에 불과한 매우 작은 바이러스다. 정십이면체 모양의 이 바이러스는 영하 20도의 혹한과, 60도 이상 온도에서도 30분 이상 버틸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1968년 미국 오하이오 주 노워크 지역 주민들에게서 집단 발병한 이후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노로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처럼 매년 새로운 변종이 나타나고 있으며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150개가 넘는다. 백신 개발도 더뎌 5년 후에나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로 바이러스 식중독의 증상은 여름철 세균성 식중독과 매우 유사하다. 1∼2일간의 잠복기 이후 구역질, 복통, 구토, 설사, 혈변 등 소화기관 질병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오한과 고열을 동반한다. 세균성 식중독과는 설사 횟수가 훨씬 잦다는 점이 다르다. 체내의 수분을 있는 대로 다 빼낸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

최명규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수도꼭지를 열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맑은 설사가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진다”며 “구역질이 함께 동반된다면 십중팔구 노로 바이러스 식중독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 변종 노로바이러스 창궐

더 큰 문제는 현재 국내에 유행 중인 노로 바이러스가 점차 강한 독성을 띠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가 2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창궐한 노로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변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변종 바이러스가 위험한 이유는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지 못한 사람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생존을 위해 독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이한다”며 “새로운 노로 바이러스로 인해 이미 기존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지닌 사람들도 식중독을 다시 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심할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2012년 겨울 미야자키(宮崎) 현의 한 병원에서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노인 환자 6명이 사망했다. 올겨울에도 교토(京都) 시에서 사망한 80∼90대 환자 4명에게서 노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최 교수는 “계속된 설사는 심한 탈수증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진 환자는 패혈증이 생기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 설 연휴 기간에 확산될 듯


전문가들은 설 연휴기간(30일∼2월 2일)이 노로 바이러스 식중독 확산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택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은 “춘천 집단감염의 원인은 오염된 지하수”라며 “극소량의 바이러스가 포함된 분비물만 접촉해도 식중독에 걸릴 정도로 노로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을 되도록 피하고, 외출 후에는 손발과 입을 깨끗이 씻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또 식재료는 깨끗한 물에 씻고, 장기간 보관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특히 굴 조개 홍합 등 어패류는 충분히 익힌 후 먹는 게 좋다.

백 교수는 “어패류는 노로 바이러스가 살기 매우 좋은 환경”이라며 “특히 많은 음식을 함께 나눠먹는 명절에는 식품 위생 관리를 평소보다 훨씬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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