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뇌 현혹하는 ‘뉴로 마케팅’… 거울 위치만 바꿔도 지갑이 활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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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 마케팅은 뇌의 고유 특성을 파악해 소비자의 구매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마케팅 기법이다. 뇌과학의 발달과 함께 미지의 영역이던 뇌의 비밀이 하나둘씩 풀리면서 비즈니스 영역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전준범 기자 bbeom@donga.com
뉴로 마케팅은 뇌의 고유 특성을 파악해 소비자의 구매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마케팅 기법이다. 뇌과학의 발달과 함께 미지의 영역이던 뇌의 비밀이 하나둘씩 풀리면서 비즈니스 영역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전준범 기자 bbeom@donga.com
2014년 청마의 해를 맞아 백화점들이 본격적인 신년 세일에 돌입했다.

최근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계는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다양한 판촉행사와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그 한가운데에는 뇌의 특성을 근거로 소비 태도나 패턴을 파악해 판매 현장에 적용하는 ‘뉴로 마케팅’이 있다.

○ 거울 위치 바꿔 고객 주머니 연다

옷을 사러 가면 흔히 옷이 몸에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피팅룸’에 들어가 구매하고자 하는 옷으로 갈아입는데, 정작 거울은 피팅룸 바깥문에 달려 있다. 거울을 보고 있노라면 매장 직원이 나타나 ‘옷맵시가 난다’는 칭찬을 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구매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백화점이나 의류매장에서 전신거울이 피팅룸 바깥에 있는 것은 구매 여부를 혼자 판단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동기부여나 감정 등을 관장하는 뇌 속 변연계가 남성보다 발달했기 때문에, 물건을 살 때 주변의 의견에 의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독일 심리학자 한스게오르크 하우젤 박사는 ‘브레인 뷰’라는 책에서 “여성은 주변인과의 감정적인 소통과 공감을 통해 해당 제품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된다”며 “지인의 추천이나 입소문에 남자보다 더 열광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람의 움직임은 좌뇌가 관장하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이동하거나 반응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 같은 신체의 특성을 고려해 식품 매장 입구는 대개 오른쪽에 배치돼 있다. 또 사람이 소음에 노출되면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을 분비해 구매 의욕을 감퇴시킨다는 연구결과를 고려해 매장의 안내방송 소리도 작다. 이 모든 것이 뇌과학을 마케팅 영역에 적용한 ‘뉴로 마케팅’의 사례다.

홍정표 신세계백화점 여성캐주얼팀장은 “의류매장 전신거울을 피팅룸 안에서 바깥으로 옮겨놓자 여성 고객들의 구매 만족도와 판매율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 ‘거짓말 못하는 뇌’를 이용해라

뉴로 마케팅 관련 연구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10여 년 전부터 주목받기 시작해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상품 및 고객 동선 배치, 판매전략 수립 등에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기존에는 이미 나와 있는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마케팅에 적용하는 ‘수동적’ 태도였다면, 최근에는 뇌파를 측정하거나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의 움직임을 관찰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적극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매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만큼 기업들이 앞장서서 인지과학자들과 협력하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펩시그룹의 프리토레이 연구소에서 자신들이 출시한 스낵 ‘치토스’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뇌파 측정을 통해 분석한 연구. 이 과자는 겉에 양념이 묻어 있기 때문에 먹다 보면 손이 지저분해진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이 과자를 먹게 한 뒤 뇌파를 측정한 결과, 손가락에 묻은 치즈 양념 덩어리를 볼 때 뇌파가 강렬하게 반응하는 것을 발견했다. 예상과 달리 손에 묻는 것을 즐기고 있다는 의미다.

성균관대 경영학과 뉴로마케팅연구실 이은주 교수팀은 소비자들이 친환경 텀블러, 공정무역 커피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제품을 바라볼 때와 일반 제품을 바라볼 때의 뇌 활동 특성을 비교하는 연구를 최근 진행한 결과, CSR 제품을 바라볼 때 이성적인 판단을 관장하는 전전두엽 영역이 크게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 교수는 “이성적인 소비자일수록 친환경 제품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신중한 소비를 통해 해당 제품에 대한 충성고객으로 발전할 수 있는 만큼 제품 개발 시 고려할 만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람의 사고와 감정, 학습의 95%는 무의식 상태에서 이뤄지는 만큼,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구매행위가 항상 이성적으로 이뤄진다고 볼 수 없다”며 “뇌 활동을 분석해 구매시 나오는 무의식적 반응을 마케팅에 접목하는 뉴로 마케팅은 뇌과학과 비즈니스를 연결한 융합 분야인 만큼 활용도와 연구는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준범 동아사이언스 기자 bbe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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