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차만별 휴대전화 보조금…소비자는 ‘호갱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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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8일 07시 00분


■ 과도한 보조금 지급 논란→방통위,이통사 영업정지 명령→KT, 과도한 리베이트 처벌 요구→SKT-LG, KT주장에 “적반하장”

판매점, 방통위 비웃듯 상한선 무시
진흙탕 싸움에 소비자 혼란만 가중

“내일은 또 어떻게 바뀔 지 저희도 몰라요.” 한 휴대전화 판매점 사장의 말이다.

이동통신사 보조금 경쟁이 치열하다. 7일 서울 시내 이동통신 판매점을 둘러본 결과 단말기 보조금 과다 지급 사례가 여전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휴대전화 가격과 정상 보조금이 명시된 표를 보여주면서 최신 모델을 이보다 10만원에서 30만원 더 싸게 줄 수 있다고 유혹하기도 했다. 한 때 100만원대 보조금이 큰 논란이 되면서 지원 금액이 조금 낮아지긴 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가 규정한 상한선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곳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 영업정지 기간 오히려 보조금↑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은 이동통신사의 순차적 영업정지 기간과 맞물려 더욱 높아졌다. 한 이동통신 대리점 직원은 “신규나 번호이동 가입자 확보를 위해 최근 보조금 수준을 늘렸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말 과도한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이동통신 3사에 순차적인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영업정지가 풀리면 해당 기간 동안 빼앗겼던 고객 수를 확충하기 위해 번호 이동이나 신규 가입자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과도한 시장 경쟁을 막기 위한 조치가 오히려 시장 과열을 부추긴 꼴이다. 더욱이 졸업과 입학 등 대목 시즌을 맞으면서 보조금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 이통 3사 ‘네탓’ 공방

보조금 논란이 거세지면서 가입자를 뺏고 뺏기는 이동통신 업체 간 신경전도 치열하다.

현재 영업정지 기간 중인 KT는 지난 6일 긴급 브리핑을 갖고 과도한 리베이트(판매점에 지급되는 수수료)를 통해 불법보조금을 지급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를 처벌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KT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갤럭시S3’, ‘옵티머스G’, ‘베가R3’에 LTE720 요금제 기준 각각 88만원, 100만원, 91만 원 등 출고가 이상의 리베이트를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번호이동에 많은 리베이트를 집중하면서 KT의 가입자를 빼앗아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시장 안정화 필요성에 대해선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KT의 주장에는 ‘적반하장’이라는 반응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순차적 영업정지에 들어갔던 시기에 오히려 KT가 과도한 불법 보조금을 지급해 시장을 과열시켰다는 설명이다.

● 천차만별 가격에 고객만 ‘호갱님’

시장이 과열되면서 애꿎은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들이다. 보조금 지급이 늘면 통신비 인하 등의 효과를 누릴 수는 있지만, 그 만큼 시장 혼란은 가중된다. 휴대전화 구매 시기와 장소에 따라 천차만별인 보조금 때문에 단말기 요금을 정상적으로 모두 내고 산 소비자가 있는가 하면, 같은 모델을 공짜로 손에 쥔 소비자들도 생기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휴대전화를 제 값 주고 사면 ‘호갱님’(‘호구’와 ‘고객’을 합친 말로 ‘어수룩한 고객’을 뜻함)이라고 불린다. 한 휴대전화 판매점 직원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우리도 당장 내일 휴대전화 판매 조건이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김명근기자 dionys@donga.com 트위터@kimyke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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