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클수록 더 오래 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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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글래스고大 이후승 박사팀 논문 발표

실험에 사용된 가시고기의 모습. 가시고기는 ‘아버지의 정’을 상징하는 동물로 알려졌다. 암컷이 산란한 알을 수컷이 지키며 지느러미를 움직여 알에 산소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영국 글래스고대는 가시고기 성장속도를 조절해 수명과의 연관성을 밝혀냈다. 이후승 영국 글래스고대 박사 제공
실험에 사용된 가시고기의 모습. 가시고기는 ‘아버지의 정’을 상징하는 동물로 알려졌다. 암컷이 산란한 알을 수컷이 지키며 지느러미를 움직여 알에 산소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영국 글래스고대는 가시고기 성장속도를 조절해 수명과의 연관성을 밝혀냈다. 이후승 영국 글래스고대 박사 제공
“왜 우리 아이는 동갑내기들보다 작은 걸까?”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질 만한 고민이다. 더군다나 편식이 심하고 밥을 잘 안 먹는 아이의 부모는 아이의 키와 몸무게를 잴 때마다 혹시 어디에 문제 있는 게 아닐까 걱정까지 한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이 ‘느리게 자랄수록 더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를 내놔 고민에 빠진 부모들이 한시름 놓아도 될 듯싶다.

영국 글래스고대 생물다양성연구소 이후승 박사팀은 가시고기의 성장속도를 조절하면 수명도 달라진다는 연구결과를 ‘영국왕립학회보B’ 12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어린 가시고기 240마리의 성장속도를 다르게 만들고 수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추적했다. 우선 한 그룹은 일정한 온도에서 먹이를 제대로 줘 정상적인 속도로 자라게 하고, 다른 두 그룹은 주변 온도를 변화시키며 성장속도를 조절했다.

가시고기는 추운 곳에 있으면 성장속도가 느려지는데, 온도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원래 성장궤도를 따라잡기 위해 급격히 자란다. 이를 ‘보상성장’이라고 하는데, 가시고기뿐 아니라 다른 생물에게도 나타난다.

연구진은 성장속도에 변화를 준 두 그룹 중 한 그룹은 어릴 때 성장을 억제시켰다가 이후에 따라잡도록 했고, 다른 그룹은 어릴 때 먼저 크게 하고 나중에 억제했다. 결과적으로 다 자란 240마리 가시고기의 크기는 비슷했지만 수명에는 큰 차이가 생겼다.

일반적으로 가시고기의 수명은 2년 정도인데, 어린 시절 성장을 억제시켜서 느리게 자란 가시고기는 1000일 정도 살아 보통 가시고기보다 수명이 30% 더 길었다. 반면 어릴 때 성장을 촉진시켰던 가시고기는 보통보다 수명이 15% 정도 짧았다.

이후승 박사는 “이번 연구는 어린 시절에 빨리 성장할 경우 더 많은 조직이 손상되고 수명도 잠재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며 “조직의 성장과 노화는 동물 종에 관계없이 비슷하기 때문에 사람에게서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교신저자인 네일 메트컬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성장속도와 수명에 관한 첫 연구결과”라며 “어릴 때 환경 조건이 조금만 변해도 장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채널A 영상] 키 성장 새로운 치료 길 열렸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글래스고#이후승 박사팀#가시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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