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기록 뒤집는 ‘별 공장’ 은하단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6일 10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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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새 별을 740개씩 낳는, 천문관측사상 가장 큰 은하단이 발견됐다고 사이언스 데일리와 BBC 뉴스가 15일 보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를 비롯한 국제 연구진은 미항공우주국(NASA)의 챈드라 X-선 망원경과 미국립과학재단(NSF)의 남극 망원경 등으로 지구에서 약 57억 광년 떨어진 피닉스(SPT-CLJ2344-4243) 은하단을 관찰한 결과 이 은하단의 중심부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별들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네이처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은하단은 우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천체 구조이지만 대개는 이미 만들 수 있는 별을 다 만들어 낸 '죽은' 것들이다.

그러나 질량이 우리 은하의 약 2000배, 우리 태양의 250조(兆) 배나 되는 피닉스은하단은 해마다 740개의 새 별을 만들어내 우리 은하보다 수백 배나 빠른 속도로 별의 수를 불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대부분의 은하단 중심부에 있는 은하들이 수십억 년 동안 잠자고 있는데 반해 이 은하단 중심부의 은하는 되살아나 새로운 별들을 쏟아내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피닉스'(불사조)의 신화가 이 은하에 딱 들어 맞는다"고 말했다.

이 은하단은 이 밖에도 여러 종류의 중요한 천문학적 기록을 깨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은하단처럼 피닉스 역시 그 안의 은하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은 양의 뜨거운 가스, 즉 일반물질을 갖고 있다. 은하단이 품고 있는 가스는 챈드라 같은 X-선 망원경으로만 볼 수 있다.

지금까지 학자들은 이런 뜨거운 가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식어 중심부의 은하에 가라앉으면서 별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럼에도 지난 수십억 년 동안 대부분의 은하단에서는 아주 작은 수의 별이 만들어졌을 뿐이어서 학자들은 중심부 은하의 초거대 블랙홀이 은하에 에너지를 계속 공급해 가스가 식는 것을 막아 별이 태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추측해 왔다.

실제로 페르세우스 은하단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 결과 은하단 내부에 거대한 공동(空洞)이 형성돼 가운데 도(middle C)보다 57옥타브 낮은 깊디깊은 B플랫 음을 낸다. 이런 현상은 가스의 온도를 높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피닉스 은하단을 관찰하면서 어디서나 이런 초저음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피닉스는 예외였다. 연구진은 "음악이 들리지 않거나, 최소한 음악이 멈출 때가 있었다. 이는 중심부의 거대한 블랙홀이 분출하는 제트류가 은하단의 가스가 식는 것을 막을 정도로 강력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블랙홀에서 강력한 제트류가 방출되지 않는 피닉스 은하단의 중심부에서는 해마다 평균 740개꼴로 새 별이 탄생하는데 이는 페르세우스에 비해 20배나 되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은하단 중심부에서 관찰된 별 탄생 속도 중 가장 빠른 것일 뿐 아니라 우주 전체를 통틀어 가장 빠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피닉스 은하단의 외곽에서 별들이 가장 빠른 속도로 태어나는 영역은 페르세우스의 2배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별이 태어나고 가스가 식기 때문에 은하단 자체의 질량이 매우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연구진은 "이 은하단과 그 블랙홀은 지속 불가능한 수준의 성장 과정을 겪고 있다. 이런 속도는 1억년 이상 지속될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은하와 블랙홀은 주변의 다른 은하들에 비해 훨씬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자들은 "이처럼 놀라운 별들의 탄생은 은하단 중심부에서 대규모 은하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에 관해 기존 사고를 바꿔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의미심장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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