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오디션 전성시대… 폭풍고음 따라하다 악! 성대 망가집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4일 03시 00분


긴장상태에서 목 혹사하면 성대결절 생겨… 방치말고 발성·약물치료를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일요일이 좋다―K팝 스타, 보이스 오브 코리아….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가수를 꿈꾸는 지망생이 기량을 뽐내는 모습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디션 참가자는 여러 단계의 라운드를 통과하기 위해 그동안 갈고닦은 필살기를 준비한다. 소위 말하는 ‘폭풍 고음’에 도전해 강력한 ‘한 방’을 보여주려 한다. 이들은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소리를 뽐내며 실력을 과시한다.

그러나 지나침은 항상 모자람만 못한 법. 무리하게 고음을 내거나 목 관리를 소홀히 했던 참가자는 성대결절을 앓는다. 각별한 주의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성대결절에 대해 박경유 을지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와 함께 알아보자.

○ 목을 오래 사용하면 위험성 높아

성대는 두 개의 탄력 있는 근육조직으로 이뤄져 있다. 사람이 발성을 할 때는 소리의 높낮이에 알맞은 빈도로 주름이 열렸다 닫히면서 소리를 만든다. 양 측의 성대가 서로 붙고 진동하면서 소리가 나는 원리다.

말을 빨리 하거나 높은 소리를 낼수록 성대의 진동횟수가 증가한다. 보통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는 성대가 100∼300회 진동한다. 큰 소리를 낼 때는 2000∼3000회까지 진동 횟수가 올라간다. 진동횟수가 지나치게 올라가면 성대가 혹사당한다.

성대결절은 성대의 한쪽이나 양쪽에 좁쌀 모양의 굳은살이 생기는 질환이다. 지속적으로 과도하게 발성을 하거나 부적절하게 성대를 사용한 탓에 생긴다. 목을 많이 쓰는 직업인 가수와 교사에게서 흔하다. 대화할 때보다 노래를 부를 때 성대에 더 무리가 가니까 가수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자극을 가장 많이 받는 성대 부위에 결절이 생기지만 보통은 양쪽 성대에 동시에 나타난다. 성대결절이 생기면 딱딱하게 굳은 부위 사이로 공기와 함께 호흡이 빠져나간다. 이 때문에 어떤 음을 낼 때는 강약이나 높낮이가 잘 조절되지 않는다. 이때 목에 힘을 주고 무리하게 소리를 내면 목 주변의 근육이 뭉치면서 상태가 더 나빠진다.

○ 꾸준히 관리해야 치료 가능

가수는 목소리에 이상이 생겨도 직업상 소리를 계속 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성대에 이상이 처음 오면 적절한 휴식으로 치유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을 키우기 쉽다.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처럼 무대 경험이 없으면 극도의 긴장상태에서 목을 혹사시키는 바람에 성대결절이 더욱 발생하기 쉽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치료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쉽게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치료법은 증상에 따라 다르다. 성대결절의 90% 이상이 목소리 사용에서 비롯되는 만큼 초기에는 적절히 쉬면 자연스럽게 낫는다. 자칫 방치해 두다간 악화될 가능성이 적진 않다.

결절의 크기가 비교적 작고 목소리 이상 증세가 심하지 않으면 발성 치료를 먼저 시도하고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그래도 호전되지 않고 오랜 시간 방치하면 성대에 물혹이 생기면서 악화된다. 이러면 수술로 없애야 한다.

성대에 물혹이 생기면 후두암이나 갑상샘암으로 변할 수 있다. 변한 목소리가 2주 이상 회복되지 않으면 가능한 한 진단을 받는 게 좋다.

○ 충분한 수분섭취가 중요


성대를 잘 관리하려면 하루에 2L 이상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수분을 섭취하면 성대 점막이 촉촉해지고 윤활유가 잘 분비된다. 이로 인해 성대 진동이 원활해지고, 성대가 진동될 때의 충격을 잘 견뎌낼 수 있다. 가수들이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 물을 마시는 습관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운동이 몸을 건강하게 하듯이 발성 연습을 꾸준하게 하는 것도 성대를 건강하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적절히 발성 연습을 하면 성대 근육이 약화되는 걸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성대를 장시간 무리하게 사용하거나 목소리가 많이 변한 상태에서 말을 많이 하면 성대 근육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종종 속삭이는 듯한 작은 목소리가 목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작은 목소리는 편안하게 내는 목소리보다 목에 힘이 더 들어간다. 성대 근육을 오히려 무리하게 사용하는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헛기침도 삼가는 게 좋다.

무리한 음주나 흡연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름진 음식이나 탄산음료, 자극적인 음식도 가급적 피해야 한다. 실내에선 충분한 습도를 유지하는 일도 필수다. 가습기를 사용하면 목이 건조해지는 걸 막을 수 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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