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등진 잡스, 다시 세상을 움직인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10월 26일 07시 00분


경쟁사 향한 독설 담은 전기, 전세계 서점가 점령
차세대 주력제품 ‘애플 TV’ 언급…이슈몰이 성공


5일 사망한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가 사후에도 끊임없이 이슈를 만들어내며 애플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흡사 제갈공명이 죽어서도 사마중달을 놀라게 해 도망치게 한 듯 경쟁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출판 업계에 따르면 24일 전 세계 동시 출간된 잡스의 전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 아마존에서는 도서 및 전자책 베스트셀러 목록에 스티브 잡스의 전기가 1위에 올랐다. 아마존 측은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최고 판매량 도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 전기는 24일 4700부가 팔리며 일일 판매량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전 기록은 2007년 12월 발간된 해리포터 시리즈 ‘죽음의 성물’ 4권으로 하루 3500여 부가 팔렸다. 또 다른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도 24일 4000부가 팔려 일일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잡스의 전기 국내 출판을 맡은 민음사는 초판 10만 부 출고가 완료되고 8만 부 추가 인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내용도 화제다. 생전에 그랬듯 경쟁사 제품에 대한 독설을 서슴지 않았다. 특히 최고 경쟁업체였던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대해 “애플의 아이디어를 베낀 것”이라며 “시장에 나오자마자 파괴해 버리겠다”고 다소 격앙된 말을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깔끔한 프리젠테이션으로 애플의 신제품을 전 세계에 알려왔던 역할도 전기를 통해 톡톡히 해냈다. 애플의 차세대 주력 제품은 TV.

MP3플레이어에서 스마트폰, 태블릿PC로 진화했던 제품군의 종착지다.

개인용 기기 차원에서 벗어나 홈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인 TV를 통해 거실까지 점령한다는 전략이다. 스티브 잡스는 공식 전기를 통해 애플이 개발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TV세트에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전기에는 “통합된 형태의 TV를 만들고 싶다. 아이클라우드와 함께 모든 전자기기와 별다른 장애 없이 동기화되고 가장 단순한 유저 인터페이스를 갖는 것으로, 나는 마침내 해냈다”는 잡스의 말이 담겨있다.

2009년부터 꾸준히 흘러나온 애플의 TV사업 참여설을 확인해 주는 내용이다. 업계에서는 잡스가 지금까지 나온 셋톱박스형 애플TV와는 다른 완전한 형태의 애플TV를 언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 인터넷판은 투자은행 파이퍼 재프리의 애플 담당 애널리스트 진 문스터의 말을 인용해 “잡스가 ‘해냈다’고 믿은 부분이 완전한 형태의 애플TV일 것이다. 특히 각종 프로그램의 제목이나 출연자의 이름 등을 음성으로 입력하면 작동되도록 아이폰4S에 적용된 음성인식기능 ‘시리’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스티브 잡스의 말들은 책과 언론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생전에 그랬듯 사후에도 경쟁사의 사기를 꺾고 새로운 전략 제품에 대한 이슈몰이에 성공한 셈이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트위터@kimyke76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