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황우석 ‘1번 줄기세포’ 캐나다 특허 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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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특허청이 교부한 특허증에 황우석 박사의 사진을 합성했다.
캐나다 특허청이 교부한 특허증에 황우석 박사의 사진을 합성했다.
캐나다 특허청이 황우석 박사(58)가 2004년 서울대 연구진과 함께 공동으로 성공시킨 ‘환자맞춤형 인간복제 배아줄기세포’(일명 ‘1번 줄기세포’·NT-1)에 대한 물질특허와 방법특허를 인정했다. 물질특허란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물질에 대해, 방법특허는 그 물질을 만들어내는 방법에 대해 ‘독점적 권리’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2006년 ‘황우석 사태’ 당시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조작된 것으로 발표한 2005년 줄기세포와 별개로 2004년 줄기세포는 국제적으로 실체가 인정된 것이다.

27일 본보가 캐나다 특허청 사이트(www.opic.gc.ca)에서 확인한 결과 캐나다 특허청은 올 7월 26일자로 황 박사를 포함해 한국인 15명의 연구자를 발명자로, 또 황 박사가 설립한 줄기세포 연구 비상장회사인 ‘에이치바이온(H Bion)’을 특허 권리자(상용화할 경우 로열티를 받는 주체)로 해서 줄기세포 특허를 인정하는 등록증을 게시했다. 등록번호는 2551266이다. 캐나다 특허청은 등록증에 ‘배아줄기세포주는 핵을 뺀 인간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를 이식해 만들어진 핵 이식란으로부터 유래된 것으로, 다양하게 원하는 세포 유형으로 분화될 수 있다’라고 특허 내용을 요약해 적었다.

황 박사는 2004년 2월 12일 체세포와 난자 소유자가 일치하는(자가 핵이식) 환자맞춤형 줄기세포(NT·체세포 핵이식을 뜻하는 somatic cell nuclear transfer의 영어약자) 1호(NT-1)를 발표해 미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게재한 데 이어 2005년 5월 20일에는 체세포와 난자 소유자가 다른(타가핵이식)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9개(NT-2∼10)를 만들었다고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그러나 2005년 논문이 조작 논란에 휩싸였고 2006년 1월 10일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2005년 논문은 조작됐으며 2004년 줄기세포도 독자기술이 아닌 자연발생적인 처녀생식에 의한 것이라 독창성을 인정할 수 없다. 황 박사의 원천기술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공식발표했다. 이는 곧바로 “‘황우석 줄기세포’는 없었다”로 보도됐다.

이번 캐나다 특허와 관련해 이상희 대한변리사협회장(전 과학기술부 장관)은 “결국 2004년 줄기세포의 실체가 인정된 셈”이라며 “황우석 줄기세포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체세포 핵이식 방법, 줄기세포 수립 방법 등 복제줄기세포 수립의 핵심기술에 대한 원천특허이기 때문에 앞으로 체세포 핵이식 기법으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 세포치료제 또는 의약품 생산을 상용화하려는 사람의 경우 특허권자인 황 박사에게 로열티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우선은 캐나다 지역에만 적용되겠지만 바이오 선진국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 특허 인정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특허는 실질적 지식재산권을 갖는다는 점에서 논문과는 무게가 또 다르다”고 전했다.

황 박사와 연구팀은 1호 줄기세포(NT-1)를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인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PCT(Patent Cooperation Treaty·특허협력조약) 국제출원을 한 후 2006년 6월 한국에 국내 출원, 미국 등 10개국에 해외 출원했다. 이 중 제일 먼저 캐나다에서 5년 3개월 만에 원천기술 특허를 인정받은 것이다.

황 박사 특허를 대리하는 김순웅 변리사(정진 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는 “현재 한국 미국 뉴질랜드 브라질 인도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라며 “생명윤리법을 동물에까지 적용할 정도로 엄격한 유럽은 황 박사의 줄기세포 배양용 배지에 한해서만 특허를 인정했다”고 전했다. 중국 일본 러시아는 “인간의 생식세포를 대상으로 하는 기술 자체가 특허등록 대상이 아니다”라는 기준을 제시해 출원 진행을 중지했다.

한편 2008년 호주 특허청은 특허결정을 내렸다가 번복한 적이 있다. 수암생명공학연구원 측은 “당시 서울대 조사단이 한국 내 ‘황우석 사태’(2006년)를 전하며 호주 특허청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결국 호주 특허청장이 결정을 번복하기에까지 이르렀다”며 “현재 호주 정부와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데 이번 결정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2009년 1월 12일 1호 줄기세포에 대한 특허권을 황 박사가 대표로 있는 에이치바이온으로 넘겼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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