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화재… 방사능 누출… 3D 시뮬레이션으로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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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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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교수팀 개발 프로그램 원전 근무자들 대상 교육활용

박영철 전임연구원이 원전 사고 시 원전 근무자의 행동요령을 시연하고 있다.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서균렬 교수 제공
박영철 전임연구원이 원전 사고 시 원전 근무자의 행동요령을 시연하고 있다.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서균렬 교수 제공
비상벨이 울렸다. 원자로 온도가 섭씨 3000도를 넘었다는 신호다. 냉각 시스템이 가동을 멈췄다. 남은 방법은 직접 원자로의 제어봉을 내리는 것뿐. 방사능 차단복을 입고 원전 내부 복도를 따라 뛰었다. 콘크리트 격벽이 겹겹이 원자로를 둘러싸고 있어 잠시 길을 잃었지만 3분 만에 원자로에 도착했다. 흰 연기를 내뿜는 원자로 뚜껑을 열려는 순간, 화면이 붉게 변하며 눈앞의 위급 상황이 사라졌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팀이 2009년 개발한 3차원 가상현실 원전정보 시스템 프로그램 체험을 마친 것이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활용하는 3D 기술을 원전 근무자의 안전 교육에도 사용하고 있다.

3차원 가상현실 원전정보 시스템은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1인칭 시점은 이용자가 직접 원전 내부에 들어간 것처럼 보고 움직인다. 원자로는 실제로 콘크리트 격벽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내부에서 길을 잃기 쉽다. 따라서 가상현실이 실제 사고 상황이라고 가정하고 원전 입구에서부터 원자로까지 이동하는 법과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방법 등을 훈련시킨다.

3인칭 시점은 방사선이나 구조적인 이유로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부분을 보여준다. 3인칭 시점에서는 콘크리트 격벽을 뚫고 지나가기도 하고 파이프를 따라 현재 가동되고 있는 원자로 내부에 들어갈 수도 있다. 원자로 내부에서 핵연료가 녹아 격벽용기를 뚫고 새 나오는 모습도 실감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사람이 직접 원전에 가지 않아도 아바타를 통해 원전 사고 대비 훈련을 할 수 있다.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서균렬 교수 제공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사람이 직접 원전에 가지 않아도 아바타를 통해 원전 사고 대비 훈련을 할 수 있다.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서균렬 교수 제공
3인칭 시점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화면 왼쪽 아래에 원전 설계도가 나온다. 이 설계도에는 냉각장치나 증기펌프 같은 원전 내부 장치의 현 상태가 나타난다. 이 때문에 3인칭 프로그램은 한국수력원자력 같은 원전을 설계하는 회사에서도 많이 쓰인다.

서 교수는 “원전은 방사능 피폭 위험이 높을 뿐 아니라 내부 격벽이 많아서 사람의 눈으로 구조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가상현실 프로그램으로 사고 시 침착하게 대응하는 요령을 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팀이 개발한 프로그램은 현재 울진5호기와 신고리 1, 2호기 등 실제 원전 근무자를 교육하는 목적으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활용되고 있다. 서 교수는 “원전을 관리하고 보수하는 한전 기공 등과도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며 “아바타와 상호작용하며 움직이는 기술을 앞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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