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살리는 과학벨트]우주의 기원을 밝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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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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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IA,슈퍼 원자핵 생성에 도전

미국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가 운영하는 상대성중이온가속기(RHIC)에서 금이온끼리 충돌시켜 수천 개의 입자들이 흩어지는 모습을 포착했다. RHIC는 미니 빅뱅을 재현해 반물질을 얻기도 했다. 사진 제공 미국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
미국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가 운영하는 상대성중이온가속기(RHIC)에서 금이온끼리 충돌시켜 수천 개의 입자들이 흩어지는 모습을 포착했다. RHIC는 미니 빅뱅을 재현해 반물질을 얻기도 했다. 사진 제공 미국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들어설 중이온가속기(KoRIA)는 우주 대폭발(빅뱅) 직후 수분∼수십 분에 형성된 원소와 물질을 찾을 겁니다. 반면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는 빅뱅 직후의 우주 환경을 보려는 겁니다.”

우주의 탄생과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일은 인류의 숙원이다. 과학자들이 가속기로 137억 년 전 빅뱅을 재현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가속기 하나로 이를 구현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홍병식 고려대 교수는 “다양한 종류의 가속기를 이용해 우주 진화를 여러 단계로 나눠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가령 최근 유럽입자물리연구소는 거대강입자가속기를 이용해 빅뱅 직후 약 100만분의 1초에 형성된 물질을 생성시키는 데 성공했다. 반면 KoRIA는 빅뱅 직후 수분∼수십 분의 우주 환경을 재현한다. 포항 방사광가속기는 빅뱅으로 형성된 물질의 미세구조를 알아내는 게 목적이다.

홍 교수는 “KoRIA는 철, 코발트보다 무거운 원소의 형성과정에 대한 비밀을 밝힐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주기율표에 존재하지 않는 ‘슈퍼 원자핵’을 생성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주기율표에 등재된 원소 가운데 가장 큰 원자번호는 114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원자번호가 120 이상인 원소도 만들어질 수 있다. 독일, 미국, 일본, 프랑스, 캐나다 등은 이 원소를 먼저 발견하기 위해 중이온가속기를 앞다퉈 건설하고 있다. 홍 교수는 “일본과 중국은 이미 1단계 건설을 완료했다”면서 “유럽은 중이온가속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차세대 중이온 가속기(EURISOL)를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KoRIA가 세계 유수의 중이온가속기보다 기술적으로 우수하다고 말한다. 가장 큰 특징은 방사성 동위원소 빔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현재 가동 또는 건설 중인 세계 중이온가속기는 방사성 동위원소 빔을 만들기 위해 비교적 낮은 에너지에서 매우 센 입자 빔을 발생시키거나(ISOL) 에너지를 높이는 대신 빔의 세기를 제한하는(IFF) 방식 중 하나를 사용한다. 하지만 KoRIA는 두 가지 방식을 가속기 하나에서 구현한다. 홍 교수는 “높은 에너지의 매우 센 입자 빔을 만들 수 있다는 게 KoRIA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서 “벌써부터 세계적인 석학들이 KoRIA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가 운영하는 상대성중이온가속기(RHIC)로 미니 빅뱅을 재현하는 ‘STAR’ 실험 책임자인 누쉬 박사는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KoRIA는 아시아의 기초 과학 연구를 증진시킬 뿐 아니라 핵물리학을 포함한 광범위한 과학 분야에서 차세대 과학자를 키우는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KoRIA가 한국 기초과학 진흥의 첫걸음인 만큼 가속기와 검출기 개발, 데이터 분석 등을 위해 정부의 장기적인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박영아(한나라당), 이상민 의원(자유선진당) 등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사업의 내년도 예산을 현재 100억 원에서 634억 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중이온가속기 개발(200억 원), 기초과학연구원 설립 준비 및 연구단 설치(290억 원), 거점지구 공간조성(90억 원) 등이 포함됐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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