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살리는 과학벨트]수학으로 비행기 만들고 癌파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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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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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수학 연구에 기반을 둔 다중스케일 모델링은 항공기나 선박, 자동차 설계, 홍수 예측, 전염병 확산 경로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사진은 미국항공우주국의 우주왕복선을 모델링한 것이다. 사진 제공 미국항공우주국
기초수학 연구에 기반을 둔 다중스케일 모델링은 항공기나 선박, 자동차 설계, 홍수 예측, 전염병 확산 경로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사진은 미국항공우주국의 우주왕복선을 모델링한 것이다. 사진 제공 미국항공우주국
“비행기 한 대 만들 때 풍동실험은 딱 한 번 합니다. 아홉 번은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죠. 게다가 시뮬레이션 결과가 더 정확합니다. 풍동실험에선 동체에 센서를 많이 붙이다 보니 실제 비행 환경과 차이가 나서죠. 자동차나 배도 마찬가지예요. 이게 다 다중스케일 모델링이라는 수학 연구가 발전한 덕분입니다.”

이형천 아주대 수학과 교수는 “다중스케일 모델링을 이용하면 단백질 합성, 홍수나 가뭄 예측, 전염병 확산 경로 예측, 유전(油田)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중스케일은 말 그대로 1000조분의 1초에서 수년에 이르는 시간 스케일과 원자 수준에서 일상생활의 크기에 이르는 거리 스케일을 한 번에 다루는 수학 기법이다. 가령 건물에 생긴 균열의 원인을 찾을 때 다중스케일 모델링에서는 일차적으로 원자 사이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뒤 이 부위가 점차 확대돼 눈에 보이는 균열이 생긴 것으로 파악하고 시뮬레이션한다. 문제는 현재 기법으로는 시뮬레이션 결과의 정확도에 한계가 있다는 것. 원자 수준에서 계산을 하다 보니 계산량이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미국 등 수학 선진국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연산 기법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기초 수학 연구에 대한 대규모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이 교수는 “미국 에너지부 산하의 샌디아국립연구소는 수학자들이 중심이 돼 1999년 ‘램스(LAMMPS)’라는 대단위 병렬계산에 의한 다중스케일 문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뒤 성능을 계속 향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대는 ‘참(CHARMM)’을 개발했다.

이에 대해 신동우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다중스케일 모델링을 연구하고 시험하기 위해서는 성능이 뛰어난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면서 “우리나라엔 아직 국가슈퍼컴퓨팅센터가 없는 만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들어설 기초과학연구원에 슈퍼컴퓨팅센터가 만들어진다면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달 중국이 개발한 슈퍼컴퓨터 ‘톈허(天河) 1A’는 비공식적이지만 현재 세계에서 연산 처리 속도가 가장 빨라 1위에 올랐다”면서 “슈퍼컴퓨터는 한 나라의 기초과학 연구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우영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기초과학연구진흥협의회 위원(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은 “순수연구와 응용연구의 벽이 허물어지는 21세기 연구 패러다임에서 수학의 역할이 두드러진다”며 “정수론과 타원곡선에 대한 순수 수학 연구가 새로운 암호체계 개발로 곧바로 연결되는 등 현대의 고급 기술 대부분은 수학 기술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학재단은 최근 보고서에서 2004∼2009년 수학 연구로 얻은 원천기술이 16개나 되며, 여기에는 암을 파괴하고 화재 예방 모델을 만들며 테러 방지 정책의 결과를 설명하는 등의 연구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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