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취중진단]주방에서 홀짝홀짝, 우리 엄마는 ‘키친 드링커!’

동아일보 입력 2010-09-27 03:00수정 2010-09-27 10:14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제 인생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거죠?”

현재 본원의 여성알코올센터에서 한 달째 전문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 주부 김모 씨(49)는 흐느끼면서 이렇게 말했다. 결혼 25년차 김 씨는 몇 년 전 처음으로 술을 먹기 시작했다. 회사일로 늘 바빴던 남편은 김 씨에게 무관심했다. 어느 덧 훌쩍 커버린 아이들은 엄마와의 대화를 거부했다. 텅 빈 집에 혼자 남은 김 씨는 그동안의 삶이 무의미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김 씨는 ‘빈 둥지 증후군이라 불리는 주부우울증에 빠졌다.

김 씨는 술을 먹으면서 답답한 가슴을 달랬다. 한두 잔 마시다가 이제는 소주 3병을 마시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제야 가족들은 김 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 씨는 이미 심각한 알코올의존증(알코올중독)에 빠진 뒤였다.

주부 알코올의존증 환자들이 계속 늘고 있다. 남편과의 불화, 자녀와의 충돌, 시부모와의 갈등 등의 가정 문제와 불면증, 의욕상실, 신경과민 등의 갱년기 증상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주요기사
최근에는 ‘키친 드링커’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마땅한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키친(주방)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주부들을 일컫는 말이다.

술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치명적이다. 여성은 알코올 분해효소(ADH)가 남성의 약 25%에 불과하기 때문에 남성보다 더 쉽게 취한다. 또한 술로 인한 정신적, 심리적 손상 정도가 심해 쉽게 알코올의존증에 빠진다.

심각한 문제는 주부 알코올의존증 환자들이 보통 우울증 때문에 술을 마시게 된다는 점이다. 남성들이 술을 많이 마시다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 것과 대비된다.

우울증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자제력을 잃기 쉽다. 또한 감정의 기복이 심해져 자해 또는 자살시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여성은 남성에 비해 감성적이므로 더욱 위험하다.

우울증 환자가 복용하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등은 알코올과 결합하면 감정을 흥분시켜 충동적인 행동을 일으킬 수 있다. 올 7월에는 일본의 유명한 여자 아나운서가 우울증 상태에서 술을 마시다 자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술에 취한 엄마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받는 고통도 심각하다. 불안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면서 받게 될 정신적 충격은 자칫 아이들의 성격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올바른 음주문화를 배우지 못하면 성인이 돼 알코올의존증에 빠질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주부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우울증에 걸린 상태로 술을 마시고 있다면 절대 방치해서는 안 된다. 더 늦기 전에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재진 원장여성알코올중독치료전문 W진병원

※ 본 지면의 기사는 의료전문 김선욱 변호사의 감수를 받았습니다.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