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막아라” 병원들 ‘의사복장’ 수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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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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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 쓴 우주비행사형’ 수술복… 자켓형 가운… 와이셔츠대용 ‘반팔형’ 위생복

《힘찬병원 수술실에 들어서는 의료진의 모습은 우주선에 탑승하는 우주비행사와 흡사하다. 일반 병원에서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진은 두건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전 소독을 거친다. 힘찬병원의 우주복 형태의 특수 멸균 수술복은 0.1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의 미세한 알갱이도 98% 이상 제거할 수 있는 특수 필터가 부착돼 있다. 모든 틈새를 막는 셈이다.이수찬 대표원장은 “사람 자체가 균을 가지고 있어 감염의 위험은 늘 존재하지만 우주복 형태의 특수 수술복을 착용하고 수술을 시행하면 감염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병원 내 감염을 막아라

힘찬병원이 병실 내 감염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우주복형의 수술복(왼쪽 사진)과 서울성모병원이 환자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기 위해 
도입한 베이지색 가운(위 사진). 이에 따라 병원 내 감염 환자 발생이 줄고 의료진의 이미지가 바뀌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 제공 힘찬병원
힘찬병원이 병실 내 감염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우주복형의 수술복(왼쪽 사진)과 서울성모병원이 환자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기 위해 도입한 베이지색 가운(위 사진). 이에 따라 병원 내 감염 환자 발생이 줄고 의료진의 이미지가 바뀌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 제공 힘찬병원
전문용어로 ‘헬멧호흡장치(Helmet Aspiration System)’라는 장치가 달린 수술복을 입는 이유는 환자가 의료진의 의복에 붙어 있는 미세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수술 시 감염은 특히 정형외과의 수술 중에 발생하기 쉽다. 인공 고관절을 삽입하거나 무릎관절 치환술을 실시할 때 망치, 톱을 사용해 무릎, 골반 주위의 뼈를 깎는다. 이때 떨어진 뼛가루나 조각들이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의 이마, 눈썹, 안경, 앞머리 등에 붙었다가 새 환자를 수술할 때 떨어져 감염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힘찬병원은 새로운 수술복을 도입한 이후부터 병원 내 감염 수치가 크게 낮아졌다. 수술복이 도입되기 전인 1998년 10월∼2000년 10월 수술 1000건 중 감염 횟수는 17건으로 1.7%의 감염률을 보였다. 새 수술복을 도입한 2000년 11월부터 2002년 6월까지 수술 2000건 중 병원 내 감염으로 추정되는 건수는 11건으로 감염비율이 0.55%로 낮아졌다.

○ 넥타이는 NO, 재킷형 가운이 대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세균 감염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표준화한 의료진용 위생복을 도입해 단계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기존에는 하얀 가운 안에 평상복을 입거나 필요에 따라 수술복을 입었다. 그러나 수술실에서 입던 옷을 그대로 병동에도 입고 다닐 경우, 세균을 또 다른 환자에게 감염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수술복은 수술실에서만 착용하고 그 외의 진료공간(외래, 병동)에서는 새 위생복을 입도록 했다.

영남대병원 역시 지난해부터 의사 가운 안에 와이셔츠 대용으로 입을 수 있는 반팔형 위생복을 도입했다. 진한 하늘색, 보라색, 진한 감색 중 고를 수 있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들도 흰색 가운이 갖는 거리감이 많이 사라져 더 편안하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특수필터 부착 멸균기능 강화 “수술복 바꾼뒤 감염률 크게 줄여”

위생복 도입이 좋은 이유는 넥타이를 매지 않아도 되는 점. 넥타이는 옷보다 세탁을 자주 하지 않아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밑단을 줄인 가운을 입는 병원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순천향대의료원과 세브란스병원이 일반 가운보다 40cm 짧은 ‘재킷형 가운’을 선보였다. 서울성모병원은 최근 베이지색 재킷형 가운을 도입했다. 서울성모병원은 또 5월 전문세탁업체를 입점시켜 세탁을 바로 맡기고 찾을 수 있게 했다.

넥타이 없애고 진한색깔 넣고… 일부선 전통가운 고집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전통적 의사 가운을 고집하는 곳도 남아 있다. 일부 의사는 “상징적인 의미가 남아 있는 만큼 재킷형으로 짧게 떨어지는 의사 가운은 왠지 보기에 어색하다”고 말한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아직 의사 가운 길이나 디자인을 바꾸는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김미향 인턴기자 서울대 종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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