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이성진 교수의 아이러브 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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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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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 사진을 볼땐, ‘컵’ 크기를 확인하세요

건강검진에서 눈에 이상이 있는 57세 여자가 방문했다. 인사를 드리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녹내장이 있답니다”라며 눈 속 망막(안저)을 찍은 사진을 건넸다.

사진을 쓱 보며 “녹내장 의심소견이 있네요”라고 하자 놀라면서 “아, 정말 있나요? 사진에 나오나 보죠?”라고 말했다.

안과의사에게 눈 속 사진 하나로 녹내장을 진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청진기로 심장이나 폐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배를 눌러보고 어느 부위에 염증이 있는지 알아내는 것만큼 쉽다. 실은 망막 사진만 보면 백내장, 녹내장, 당뇨병, 고혈압, 고도근시 등 망막과 직접 관련이 없는 질환들을 찾아낼 수 있다.

“비밀을 알려 드릴까요?” 사실 비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쉽다. “큰 컵을 찾는 겁니다.” 사진엔 노랗고 둥근 디스크 모양의 시신경유두가 있다. 그 속에는 작고, 흰 부분이 있는데, 마치 컵(cup)처럼 움푹 들어가 있다. 디스크 직경에서 컵의 직경이 차지하는 비율이 40%까지를 정상으로 본다. 이 환자는 컵의 직경이 디스크의 70%나 됐다.

“녹내장이 있을 때 왜 컵이 커지는 겁니까?”

“녹내장은 눈의 압력(안압)이 높아지는 병입니다. 평상시 눈 속에서 생긴 물이 눈 바깥으로 빠져나가서 안압을 일정하게 맞춥니다. 물이 잘 빠져나가지 못하면 안압이 높아집니다. 그러면 부드러운 시신경이 눌려 중심 부분이 움푹 파이게 됩니다. 컵이 클수록 안압으로 시신경이 많이 손상되었다는 뜻이지요.”

“안압은 정상이라고 하던데요?”

“원래는 안압이 높아야 녹내장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요즘 40대 이상 여성에게서 안압이 높지 않은데도 녹내장처럼 시신경이 손상되는 경우가 많이 발견됐습니다. 정상안압 녹내장이라고 하는데, 일본과 한국에 많아요.”

녹내장은 전 세계적으로 백내장 다음으로 실명을 많이 일으키는 병이다. 컵이 클수록 시야가 좁아지는데 디스크 전체가 컵처럼 파이면 실명된다. 조기에 발견해 하루에 한두 번 안약을 넣으면 10명 중 9명은 실명을 막을 수 있다. 40대에 녹내장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안저 사진에서 녹내장이라는 증거가 또 있나요?”

“시신경 주위에 작은 출혈이 있는 경우(삼각형), 두 눈의 컵 크기가 다른 경우, 시신경유두 주위에 부채꼴 모양의 그림자가 있는 경우(화살표)입니다. 모두 시신경 손상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녹내장 고위험군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사진 하나로 녹내장을 찾아내는 비법은 바로 큰 컵을 찾는 데에 있다. 이제 여러분도 녹내장을 진단할 수 있다.

이성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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