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수백, 수천 종의 세균이 만드는 하나의 생태계죠. 이런 복잡한 맛의 비밀을 규명해야만 세계적인 수출품이 될 수 있습니다.”
김치 하나만 연구하는 ‘세계김치연구소’가 10일 문을 연다. 한국식품연구원 부설로 일단 연구원 안에 설립된 뒤 올해 말 광주의 새 건물로 자리를 옮길 계획이다. 박완수 초대 소장(54·사진)은 3일 기자와 만나 “국내 김치산업을 수출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 연구소의 목표”라고 각오를 밝혔다. 박 소장은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식품공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식품연구원 김치세계화전략단장을 지냈다.
박 소장은 “김치는 식품연구자들에겐 영원한 도전과제”라며 “흔한 음식이라 쉽게 생각하지만 김치에 대한 과학적 지식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발효식품인 김치는 세균이 맛과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김치 안에 사는 세균은 김치의 종류, 재료, 주위 환경에 따라 모두 달라진다. 김치 종류만 333가지나 되고 지금까지 알려진 세균의 종류도 수백 종이다.
박 소장은 “김치는 수많은 세균이 얽히고설켜 만들어진다”라며 “세균들의 공생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김치맛을 완벽히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세균을 일일이 배양하면서 연구했어요. 파악할 수 있는 세균의 수에 한계가 있었죠. 요즘엔 유전자 검사 기법 등을 동원해 김치에 들어있는 세균의 종류를 샅샅이 파악할 수 있어요. 이것이 우리 연구소의 큰 숙제죠.”
박 소장도 연구소가 출범하면 가장 먼저 종균김치 기술부터 연구할 계획이다. 이 기술은 발효과정에서 세균을 인위적으로 넣어 김치맛을 조절하는 것으로, 이미 일부 큰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마다 제조방식이 달라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런 기술을 중소기업에 이전하는 것도 연구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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