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겨울잠을 방해하면 안돼요”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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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소음으로 양봉농가 피해… 시공사에 배상명령

공사장에서 발생한 진동과 소음으로 인근 양봉 농가의 꿀벌이 겨울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면 시공사가 배상해야 한다는 조정 결정이 나왔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전북 임실군에서 벌을 치는 문모 씨 외 45명이 인근 국도 확장 공사장에서 발생한 소음과 진동으로 꿀벌과 가축이 죽고 집 벽이 갈라지는 등 피해를 입었다며 낸 환경분쟁조정신청에서 시공사에 총 3700만 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위원회에 따르면 문 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인근 지역 국도 확장 공사장에서 소음과 진동이 심하게 발생해 기르던 꿀벌이 겨울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죽고, 진동으로 인해 집 벽도 갈라졌다고 주장했다. 꿀벌은 겨울잠을 잘 때 집단으로 공 모양을 만들어 온도를 유지한다. 이 공 모양이 외부 진동 등으로 풀어지면 수명이 줄어들거나 죽게 된다.

위원회가 전문가와 함께 현장을 점검한 결과 공사장에서는 최대 66dB의 소음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진동으로 인한 가축 피해에 총 2800만 원을, 건물 벽에 생긴 균열로 인한 피해에 900만 원을 각각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위원회 측은 “공사장에서는 인근에 동물을 키우는 농가가 있을 경우 소음을 60dB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배상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문 씨 등이 “소음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사람에게 적용되는 소음 기준은 최저 70dB”이라며 피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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