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충도 가을 탄다?

  • 입력 2009년 9월 18일 02시 59분


빨간집모기, 장마때 줄었다 9,10월 번식 활발
여름엔 활동 둔한 개미, 기온 내려가면 더 활기

“무슨 모기가 가을이 됐는데도 이렇게 많아요?” 서울 서초동에 사는 회사원 이수훈 씨는 요즘 모기 때문에 밤마다 잠을 설친다. 여름이 끝났는데도 각종 해충이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늘어난다고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은 모기에 더 자주 물리고, 집집마다 숨어 있는 바퀴벌레나 개미도 한층 눈에 띈다고 불평한다.

○ ‘가을모기 더 독하다’는 근거 희박

우리가 보는 모기는 빨간집모기와 지하집모기 등 두 종류다. 계절의 영향을 받는 것은 빨간집모기다. 하천 등에 알을 낳기 때문에 장마 때는 알이 물에 씻겨 나가면서 수가 크게 늘지 않는다. 그러나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시작되면서 급증한다. 더구나 도시에선 날씨가 추워진다고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건물의 따뜻한 실내 환경이 원인이다.

그렇다면 가을에 얼마나 많은 모기가 날아다닐까.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모기의 개체수를 알아내기 위해 서울 전역에 50여 개의 채집 장치를 설치했다. 여기서 잡힌 모기 수를 보자. 지난해 7월 3730마리에서 8월 1702마리로 줄었다가 9월에는 2335마리로 다시 늘어났다. 10월엔 1739마리로 조금 줄었지만 8월보다도 많다. 박상훈 연구원은 “한여름보다는 9, 10월에 모기가 더 많이 날아다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을모기가 더 독하다는 말은 진짜일까. 신이현 질병관리본부 연구관은 “가을모기가 더 독하다, 물리면 더 많이 가렵다는 말은 통념일 뿐 과학적 근거는 없다”며 “그러나 가을에 모기의 체감 개체수가 더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바퀴벌레 1마리 年 10만 마리까지

가을은 의외로 모기뿐 아니라 여러 해충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다. 바퀴벌레나 개미는 한여름엔 오히려 활동이 둔화되고 봄가을에 활발히 움직인다. 이들의 번식 온도는 섭씨 25도 정도로 가을 기온에 해당된다. 특히 개미는 바퀴벌레보다 계절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봄에 낳은 알이 가을에 성충이 되어 활발하게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겨울나기를 위한 먹이를 찾기 위해서다. 당연히 집에서도 많이 발견된다. 다만 인공 건물에 사는 해충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계절 내내 번식하는 편이다. 번식력도 엄청나다. 바퀴벌레는 암컷 한 마리가 1년에 10만 마리까지 늘어나며 개미도 여왕개미 1마리만 있으면 8만 마리까지 늘어난다.

해충구제기업 세스코의 손영완 선임연구원은 “여름보다 가을에 개미나 바퀴벌레 신고가 더 많다”며 “가을이 되면 각종 유해동물이 따뜻한 곳을 찾아 집안으로 들어올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손 연구원은 “방충망, 창문의 틈새를 막고 현관문 아래 방충솔만 점검해도 해충이 집에 들어오는 걸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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