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신약]암정복의 비전, 스마트항암제

  • 입력 2009년 9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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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세포까지 죽이는 방식에서 꾸준히 개선
신호전달경로 차단하는 약물나와 연구박차
중외제약·제넨텍사 등 ‘신형항암제’ 임상시험중

《최근 연예인 장진영 씨와 여운계 씨가 각각 위암과 폐암으로 사망하면서 암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정상적인 세포는 자체 조절기능에 의해 태어나서 성장하다가 때가 되면 늙어 죽음으로써 세포 수를 유지한다. 그러나 암은 그렇지 못하다. 환경적인 요인, 물리적인 원인, 화학적인 원인 등으로 인해 증식과 억제가 조절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세포가 과다하게 쏟아지면서 이 세포들이 다른 조직과 장기에 침입해 정상조직을 파괴하는 것을 암이라고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7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의료기술 발달 덕분에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는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10년 전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2007년 한 해에만 암으로 사망한 사람이 6만7000여 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27.6%에 달했다. 우리나라에서 평균수명까지 살 경우 암 발생 확률은 30%에 육박한다는 조사 통계도 있다. 암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다양한 항암제가 개발됐다. 암 치료제의 발전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아봤다.

○ 세포독성 항암제

흔히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항암제이다. 항암제의 역사는 비교적 짧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가스로 개발된 머스터드가스에서 유도된 니트로겐머스터드가 악성종양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이후 화학요법에 의한 암 치료가 세계대전 후 급속히 진전되어 왔다.

세포독성 항암제는 강력한 항암 효과는 있지만 암세포뿐만 아니라 주변 정상세포까지 모든 세포들을 무차별로 공격해 죽이는 특징이 있다. ‘융단폭격’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로 인해 항암제를 투여 받고 있는 환자는 머리가 빠지거나 구토 같은 부작용으로 고통을 받기도 한다. 항암제에 의한 부작용은 환자의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 환자는 치료를 받더라도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

그러나 부작용이 있는 세포독성 항암제라도 사용을 안 할 수 없다. 상당 기간 암환자에서 사용되면서 최적 대상 환자와 적절한 투여용량, 방법에 대한 연구결과가 쌓이고 효능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세포독성 항암제는 유방암과 난소암에 사용되는 택솔, 폐암에 사용되는 에토포사이드, 백혈병에 사용되는 시타라빈, 대장암 등에 사용되는 5-FU가 있다.

○ 표적항암제

1990년대 후반부터 암세포 생성과 증식에 관련된 신호전달(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환되거나 암세포가 악성 암세포로 변환되는 일종의 자극) 경로를 차단하는 표적항암제가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표적항암제만도 10여 가지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항암제가 글리벡이다. 글리벡은 만성골수성백혈병 암세포의 ‘Bcr/Abl’이라는 잘못된 신호전달을 차단하여 암세포가 자살하도록 만든다.

표적항암제는 암을 유발하는 분자생물학적 특정 경로만 차단하는 약물로 기존 항암제에 비해 정상세포가 훨씬 적게 파괴되고 부작용이 경미하도록 설계됐다. 표적항암제는 머리가 빠지거나 구토하는 증상이 덜 하다. 표적항암제는 흔히 ‘스마트 폭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발된 표적항암제는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기 때문에 치료제에 대해 내성이 생겨서 재발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명연장 효과가 수개월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또 단독으로 사용하기보다는 기존 항암제와 병행 투여해 항암효과를 상승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를 ‘칵테일 요법’이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기존 약물요법을 방사선치료, 표적치료제와 함께 쓰거나 기존의 항암제를 표적치료제와 함께 쓰는 두 가지가 있다. 위암 치료를 위해 대표적인 세포독성 항암제인 시스플라틴과 표적항암제인 얼비툭스를 함께 사용한다.

○ 앞으로 나올 표적항암제

신호전달경로를 차단해 암을 죽이는 표적항암제가 속속 나오는 가운데 최근 기존과는 다른 신호전달경로를 차단하는 약물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대장암과 백혈병 치료에 사용되는 ‘Wnt’ 경로를 차단하는 약물이 그것이다.

Wnt는 특정 암세포에서만 특이하게 과다 발현되는 세포신호전달 단백질인 베타카테닌이 이동하는 신호전달경로이다. 대장암의 80% 이상이 Wnt 신호전달의 돌연변이에 의해 발병하고 있으며 피부암, 백혈병, 간암, 췌장암에서 Wnt 신호의 활성화가 보고되고 있다.

현재 중외제약에서는 내년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시험 승인을 목표로 이에 필요한 전 임상 독성시험을 해외 유수의 독성전문시험기관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 바이오 회사인 제넨텍사에서 ‘헤지혹(hedgehog)’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항암제를 개발해 현재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항암제는 헤지혹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기저세포암, 난소암에 효과가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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