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10㎝ ‘킬힐’…당신은 멋있지만 발은 비명!

  • 입력 2009년 5월 20일 02시 58분


발가락 변형 등 유발… 충격흡수 못하는 플랫슈즈, 임신부에겐 금물

《늘씬해 보이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굽 높이 7, 8cm의 하이힐을 신는 여성은 각선미를 살리기 위해 10cm 이상인 ‘킬힐’에 도전한다. 키높이 구두를 신는 남성은 구두 안에 두꺼운 깔창까지 넣어 신는다. 굽 덕분에 한층 높아진 키가 만족스러울지 모르지만 발과 무릎은 비명을 지른다. 신발은 발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발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 높은 굽의 유혹

의학적으로 구두 굽이 3cm 이상일 때와 이하일 때 발에 가해지는 압력에 차이가 많이 난다. ‘7cm의 미학’이라는 하이힐이나 최소 10cm 이상인 킬힐은 인체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우선 발 관절이 항상 꺾인 상태이기 때문에 발목 뒤쪽의 아킬레스힘줄이 짧아진 모양이 된다. 짧아진 아킬레스힘줄은 발의 추진력을 감소시키고 대신 넓적다리를 이용해 걷도록 만들어 넓적다리에 통증과 피로를 일으킨다. 또 무게가 발바닥 전체가 아닌 주로 뒤꿈치와 엄지발가락 아래쪽에 집중적으로 가해져 굳은살이 생기는 원인이 된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하이힐이 ‘무지외반증’과 ‘족저근막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코가 뾰족한 하이힐을 계속 신으면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휘는 무지외반증이 나타날 수 있다. 엄지발가락의 관절이 바깥쪽으로 툭 튀어나와 신발 신기도 불편할 뿐더러 튀어나온 부분이 신발과 접촉하면서 까지고 통증도 심하다. 처음에 약간 발가락이 휘었는데 방치하면 점점 각도가 심해진다. 앞이 넓고 편한 신발로 바꾸면 통증이 가시고 원상복귀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변형이 일어났다면 튀어나온 뼈를 잘라내서 정상적인 위치로 옮긴 후 핀을 이용해 고정시키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수술 3일 후에는 특수신발을 신고 걸을 수 있으며 3개월간 폭이 좁은 신발은 피해야 한다.

족저근막염은 원래 마라톤 선수처럼 달리기를 많이 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병이지만 하이힐을 자주 신는 여성에게도 나타난다. 발바닥을 싸고 있는 족저근막은 바닥의 충격을 흡수하고 발바닥의 움푹 파인 아치 부분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데 충격이 계속 가해지면 발바닥에 염증이 생기고 통증을 느끼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 첫발을 내디뎠을 때 발바닥에 통증이 있다면 족저근막염을 의심해야 한다. 통증이 있다면 굽이 낮은 신발로 바꾸고 발바닥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는 것이 좋다. 앉아서 발가락을 당겨 10초간 유지하는 동작을 10회 반복한다. 뒤꿈치 들기도 족저근막 강화에 효과적이다.

남성의 키높이 구두도 하이힐과 같은 위험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5cm 이상의 굽이 있는 구두도 흔하다. 날씬해 보이는 효과 때문에 여성 하이힐처럼 앞코가 좁은 신발이 많다. 여기에 키높이 깔창을 추가로 넣는 경우도 많은데 이렇게 되면 하이힐과 크게 차이가 없을 정도다. 키높이 구두는 일반 구두보다 더 무겁기 때문에 발에 힘이 들어가 발목 관절에 좋지 않다. 또 키높이 깔창으로 높아진 만큼 발목을 감싸주는 부분은 낮아지기 때문에 착용감이 떨어진다.

○ 임신부는 플랫슈즈 피하세요

뒤꿈치가 하이힐처럼 높지 않은 통굽슈즈는 어떨까. 통굽슈즈는 하이힐과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사람이 정상적으로 걸을 때 발의 중간 부분은 자연스러운 굴곡 운동을 한다. 무게가 뒤꿈치에서 앞으로 이동하는 동안 발이 구부러지고 신발도 함께 구부러지는 것이다. 대부분 신발은 바닥이 얇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통굽슈즈는 바닥이 구부러지지 않기 때문에 굴곡 운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굽을 바닥에 끌듯이 걷거나 무릎에 힘을 가해 발을 들어가며 걷게 되는데 이렇게 부자연스런 걸음걸이는 무릎 연골에 무리를 줘 관절염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바닥이 얇고 굽도 없는 플랫슈즈는 너무 얇은 바닥이 문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플랫슈즈를 신었을 때 뒤꿈치에 가해지는 압력이 하이힐을 신었을 때보다 1.4배 더 높다고 한다. 하이힐이 앞꿈치에 무게가 가해진다면 플랫슈즈는 뒤꿈치에 무게가 가해지는 것. 뒤꿈치에 무게가 더 실리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플랫슈즈처럼 굽이 없고 쿠션이 없는 신발은 걷거나 뛸 때 충격을 흡수하지 못한다. 송상호 강서제일병원 원장은 “플랫슈즈는 걸을 때 체중의 3배, 뛸 때는 체중의 10배의 충격이 관절에 그대로 전달된다”면서 “지면과 마찰을 줄이지 못해 족저근막염의 위험도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편한 신발을 찾는 임신부들이 플랫슈즈를 자주 신는데 이미 체중이 10kg 이상 늘어난 상태에서 관절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임신 후반기가 될수록 발과 발목이 붓고 염증이 생길 수 있는데 굽이 없는 플랫슈즈는 발 건강에 좋지 않다. 충격을 잘 흡수할 수 있도록 굽이 넓적하고 쿠션이 있는 신발을 신어야 한다.

(도움말=이경태 을지병원 족부정형외과 교수)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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