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 300일 맞는 태안 LG태양광발전소 가보니…

  • 입력 2009년 4월 17일 02시 56분


약 30만㎡ 규모의 폐염전 위에 세워진 충남 태안 태양광발전소. 연간 약 8000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한다. 작은 태양전지로 이뤄진 7만7182개에 이르는 모듈이 가지런히 정렬해 있다. 사진 제공 LG
약 30만㎡ 규모의 폐염전 위에 세워진 충남 태안 태양광발전소. 연간 약 8000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한다. 작은 태양전지로 이뤄진 7만7182개에 이르는 모듈이 가지런히 정렬해 있다. 사진 제공 LG
8만개 집광판, 하루 8000가구분 전기 생산

넓은 들녘은 태양빛으로 가득했다. 10일 오후 충남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 LG 태양광발전소. 30만 m² 규모의 폐염전 위에 조성된 넓은 들판은 7만7182개에 이르는 집광판(모듈)에서 반사된 태양빛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봄볕에 얼굴이 검게 그을린 이광한 소장은 작은 셀 20개로 이뤄진 모듈을 정성스레 닦아냈다. 그는 “이달 들어 날씨가 좋아지면서 발전량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지난달만 해도 일조량은 평년의 86%에 그쳤다.

○ 연간 1만2000톤 탄소 줄여

LG가 1100억 원을 투자해 지난해 6월 완공한 태안 태양광발전소는 20일로 가동 300일을 맞는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하루 발전량은 14MW. 이는 약 80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용량이다. 동양건설산업이 전남 신안군(24MW)에, 삼성에버랜드가 경북 김천시(18.4MW)에 세운 발전소와 함께 국내 3대 태양광발전소로 꼽히고 있다.

박명석 LG솔라에너지 대표는 “연간 1만2000t가량의 탄소를 줄일 수 있다”며 “약 28만5000달러(약 3억7900만 원) 규모의 탄소배출권을 갖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태양광발전은 한마디로 태양빛을 전기로 바꾸는 기술이다. 핵심부품인 솔라 셀은 빛에너지를 받으면 전류가 흐르는 반도체의 원리를 이용해 전기를 만든다. 이 때문에 일조시간은 발전량과 직결된다.

발전소의 가동률은 목표치에 다소 못 미치고 있다. 지난해 6월 이후 평균 일조시간이 5.2시간으로 평년 수준(6.1시간)보다 훨씬 짧아졌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4월 들어 일조시간이 평년 수준을 회복하고 발전시간이 3.5시간에서 3.8시간으로 늘어나면서 1년이 되는 6월까지는 발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 300일 운용 경험 과학적 성과로 이어져

발전소 측은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최적의 운영 환경을 찾는 데 성공했다. 특히 태양광 집광판에서 생산된 직류 전기를 가정에 공급할 교류 전기로 변환하는 인버터실의 온도에 따라 효율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최초로 알아냈다. 인버터 시설 온도를 40도 미만으로 유지하면 매월 최대 1600만 원의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300일간의 운영 경험에서 나온 소중한 연구 성과다.

발전소 측은 또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발전 실적이 떨어진 이유가 일조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기도 했다. 발전 효율과 일조량 관계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일조시간이 눈에 띄게 준 것을 확인한 것이다. 실제 기상청 자료에도 지난해 한반도의 일조시간이 짧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 태양광 발전 ‘노란불’

LG는 지난해 태양광전지에 들어가는 실리콘 소재 생산부터 태양전지 제작, 발전소 건설과 운영까지 모든 체계를 갖췄다. LG화학과 실트론, LG전자, LG CNS, LG솔라에너지가 현재 참여하고 있다. 정환연 실트론 이천공장 솔라사업담당은 “매월 35만 장 이상의 태양전지용 웨이퍼를 생산하는 등 공장을 최대로 돌리고 있다”며 “내년에 LG화학이 원료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LG전자에 태양전지 생산라인이 건설되면 본궤도에 오르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태양광발전 분야에 최근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태양광 연구개발(R&D) 예산을 늘리는 대신 발전 분야에 대한 지원을 줄이면서 비상이 걸렸다. 전기생산비와 전기료의 차액을 지원해주는 ‘발전차액 지원제도’가 축소되면서 걸음마 단계에 있는 대형 태양광발전소들에 대한 지원이 줄어든 것이다. 태양광 전문가들은 “지난해 10월 이후 태양광발전소 건설 및 증설 계획이 뚝 끊긴 것만 봐도 위기를 가늠할 수 있다”며 “R&D를 위해서라도 시장이 사라지지 않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15일 현재 국내 태양광 발전량은 하루 304.5MW로 지난해 9월 297MW보다 불과 7.5MW 늘어나는 데 그치고 있다.

태안=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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