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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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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환자 진단-치료 어려워 병원 전전하다 사망
우선 임상-연구 연계, 표준화된 진료지침 개발할터
“희귀난치성 질환인 울리히병에 걸리면 근육이 약해져 팔이 쑥 빠지기도 합니다. 관련 연구가 나오기 시작한 1996년 이전까지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은 무작정 정형외과 치료를 받다가 오히려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4일 출범한 ‘희귀질환 진단치료기술연구사업단’의 정해일 단장(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54)은 2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희귀난치성 질환은 환자 수가 적다 보니 연구가 쉽지 않다”며 “약물을 개발하더라도 대량 판매할 수 없으니 민간기업의 투자도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희귀난치성 질환은 일반인구 2000명당 1명꼴로 드물게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영국 천문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앓았던 ‘척추성 근위축증(SMA)’을 비롯해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 베체트병 등 세계적으로 6000∼7000여 종의 희귀난치성 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는 107종이 등록돼 있으며 48만여 명의 환자가 고통받고 있다.
희귀난치성 질환은 증상은 비슷한데 원인은 다르거나, 원인은 비슷한데 증상은 다른 경우가 많다. 진단이 어렵고 치료는 더욱 어렵다. 이 때문에 대다수 희귀질환 환자는 병원을 전전하다가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정 단장은 근육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는 근이영양증 어린이 환자의 사례를 소개하며 “처음에는 간에 문제가 있는 줄 알고 4, 5년 동안 간 기능을 향상시키는 약만 먹다가 병세가 악화돼서 팔다리를 못 쓰게 된 후에야 전문의를 찾아왔다”고 말했다.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희귀질환의 99%는 치료약이 없고, 있다고 해도 가격이 아주 비싸다. 메로신 음성형 근이영양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어린이 환자는 병원에 올 때마다 휠체어를 실어줄 차를 구하지 못해 7년 동안 집에 방치되기도 했다.
희귀질환 진단치료기술연구사업단은 우선 국내 희귀난치성 질환의 종류와 환자 현황을 파악한 후 임상과 연구를 연계해서 표준화된 진료지침을 개발할 방침이다.
주요 대학병원 연구진이 연합해 만든 사업단은 근이영양증, 중증근무력증(근력약화), 크론병(만성 염증성 장질병), 루푸스(전신에 생기는 만성 염증성 질환) 등 21개 희귀질환부터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다. 보건복지가족부에서 4년 동안 매년 20억 원씩, 총 80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정 단장은 “희귀난치성 질환 연구는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며 “연구를 통해 환자에게 좀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할 수 있고 바이오테크놀로지(BT)산업의 한 축으로도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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