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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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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은 알려야 낫는다’는 속담이 있다. 병을 숨기다 보면 겉잡을 수 없이 악화하기 때문에 미리 주변에 알려 초기에 병을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말하기 부끄러워 꼭꼭 숨기고 싶은 질병이 있다. 대장항문 질환이 대표적이다. 1990년만 해도 대장항문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병·의원은 많지 않았다. 환자도 주변 눈치를 살피며 몰래 병원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대장항문 전문병원인 이동근 외과는 1990년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의사 2명으로 문을 열었다. 이 외과는 1998년 대장암, 조기 위암, 탈장 등 소화기 질환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병원으로 확장하며 이름을 한솔병원으로 바꿨다. 현재 의료진만 20여명에 이른다.》
○ 대장항문 복강경 수술 첫 도입
한솔병원은 2001년 1월 대장암복강경수술센터를 열고 국내 처음으로 대장암 복강경 수술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복강경 수술은 한솔병원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지금까지 이 병원이 시행한 대장암과 직장암 수술 1000건 중 700건 이상이 복강경 수술이다.
대장암복강경수술센터는 단일 센터로는 세계 처음으로 두 개의 암을 동시에 복강경으로 수술한 기록을 갖고 있다. 이 센터 의료진만으로 대장암과 신장암, 대장암과 위암을 복강경으로 한꺼번에 수술한 것.
한솔병원은 2001년 대장암 복강경 국제심포지엄까지 열었다. 이 심포지엄에서 복강경 수술이 초기 대장암뿐 아니라 이미 진행이 되고 있는 대장암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002년에는 직장암 복강경 수술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했다. 당시 아시아태평양 국가 의사들은 인터넷을 통해 한솔병원의 복강경 수술법을 전수받았다.
○ 복강경 수술 전 분야로 확대
복강경 수술은 대장암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 병원은 탈장 수술에도 복강경을 도입했다. 2002년 세운 복강경탈장센터가 지금까지 시행한 복강경 수술만 980건에 이른다.
이동근 대표원장은 “지금까지 탈장 복강경 수술을 받은 환자 중 재발한 환자는 3명으로, 재발률이 0.3%밖에 되지 않는다”며 “일반적으로 탈장 수술 후 재발률이 5∼10%인 점을 감안하면 복강경 수술의 효과가 훨씬 좋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복강경 수술은 퇴원이 빠르다는 장점도 있다”며 “95%의 환자는 수술 후 24시간 이내에 퇴원한다”고 덧붙였다.
한솔병원은 복강경 수술을 병원 내 표준 치료법으로 채택하고 있다. 가능하면 직접 절개하는 수술보다 복강경 수술을 시행하는 것. 현재 대장암과 탈장 외에도 고도비만(위 절제 수술), 맹장, 조기 위암, 담석 제거 등에도 복강경 수술을 하고 있다.
○ 연간 3000건 치질수술 시행
한솔병원의 ‘기본전공’은 대장항문병원답게 치질수술이다. 연간 3000여건의 치질수술을 시행한다. 그러나 무턱대고 수술을 권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밖으로 튀어나온 항문 조직을 손으로 밀어 넣었을 때 도로 들어가면 3기, 들어가지 않으면 4기로 본다. 일부 병원에서는 3기 이전부터 수술을 권한다. 그러나 한솔병원은 ‘3기 이후 수술’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 원장은 “전체 치질(치핵) 환자의 20% 정도만 수술이 필요하며 80%는 수술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 치질클리닉은 레이저수술, 자동봉합치핵절제술, 알타요법, 니페디핀, 캡슐내시경, 협대역내시경 등 다양한 첨단장비를 활용해 진료한다. 특히 캡슐내시경 장비는 전문병원 중 처음으로 도입했다.
한솔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6년 발표한 수술통계에서 서울지역 치질수술 3위에 올랐다. 또 전국에서 입원일수가 가장 짧은 병원 3위에 오르기도 했다.
○ 병상 늘리고 첨단장비 도입 계획
병원 내의 벽면 곳곳에 미술작품이 전시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별관인 한솔아트스페이스에는 카페와 갤러리가 마련돼 있어 차를 마시면서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환자의 마음이 안정돼야 병도 빨리 나을 수 있다는 이 원장의 철학이 만들어낸 서비스다. 이 병원은 또 매달 2회씩 공개 건강강좌를 열어 지역주민을 상대로 의료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원장은 “현재는 80병상이지만 앞으로 200병상으로 늘리고 첨단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장비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솔병원은 현재 대장암복강경수술센터, 복강경탈장센터, 종합건강진단센터 등 다양한 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대학병원 교수 출신의 의료진이 많다.
이 원장은 “미국의 메이요클리닉이나 클리블랜드 클리닉처럼 한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병원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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