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주 협박’ 게시글 타인 권리 침해 여부에 초점

  • 입력 2008년 6월 25일 02시 58분


■ 방통심의위, 오늘 불법여부 판단

일부 위원 “검찰의 위법성 판단이 심의에 영향”

법률전문가 “불법 게시글 올리는것도 업무방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5일 전체회의에서 인터넷 포털의 ‘광고주 협박’ 게시글에 대한 불법 여부와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놓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방통심의위가 해당 게시물을 불법으로 판단하면 인터넷 토론방인 다음 아고라, 다음 카페 등에 오른 광고주 협박 게시물이 영구히 삭제되는 등 광고주 협박에 대한 실질적인 제한조치가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명진 위원장을 비롯해 손태규 부위원장, 엄주웅, 박정호, 이윤덕 위원 등 모두 9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방통심의위는 전체회의에 앞서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구체적인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핵심 쟁점은 광고주 협박 게시글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정보통신망법 44조의2)’에 해당되는지와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敎唆)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불법정보(정보통신망법 44조의 7)’에 해당되는지이다.

동아일보의 전화 취재에 응한 일부 방통심의위원은 “각각의 사안은 구체적인 법률 해석을 청취해야 판단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이며 즉답을 피했지만 이번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일부 방통심의위원은 특히 23일 검찰이 광고주 협박 행위 등에 위법성이 있다고 본 것에 대해 “게시글의 불법성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한 방통심의위원은 “인터넷 게시글로 인한 업무방해 행위가 불법이라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에 이를 조장, 선동하는 인터넷 글도 불법 게시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방통심의위원은 “법률적인 문제는 파악해 봐야겠지만 현재의 상황에 대해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본다”며 “이번 기회에 불법 게시글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법률 전문가들도 문제의 게시글이 불법행위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게시글을 올리는 행위도 업무방해의 주범 또는 공동정범, 교사범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방통심의위의 전신인 옛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지난해 △문서위조 정보 △자살 관련 정보 △마약복용 방법 △대포폰 판매 정보 등 불법행위 관련 정보를 담은 게시물에 대해 접속 차단 및 삭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또 영업상의 자유, 광고 선택의 자유권도 정보통신망법이 보호해야 할 ‘타인의 권리’에 해당된다는 해석도 나온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상직 변호사는 “방통심의위의 법률 해석은 형사처벌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공익차원에서 게시글 삭제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불법 여부에 대한 판단을 좀 더 폭 넓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소비자운동 차원 벗어난 악의적인 사례”

업무방해-협박-강요죄로 형사처벌 검토

■ ‘광고주 협박’ 檢수사 어떻게

서울중앙지검이 24일 구본진 첨단범죄수사부장을 포함해 검사 5명으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동아일보 등의 광고 중단 압박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배경엔 이번 사안이 매우 심각하다는 검찰의 현실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광고 중단 압박이 위법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반드시 사안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며 “주동자가 드러나면 형사처벌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피해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데 정치적으로 민감하다고 검찰이 가만히 눈치를 보면서 지켜보는 것이 오히려 더 정치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검찰청은 전날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함께 관련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광고 중단 압박이 단순한 소비자 운동 차원을 넘어섰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어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24일 국무회의에서 “일부 누리꾼의 신문 광고물 압박은 광고주에 대한 공격”이라며 “광고 중단 압박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누리꾼이 인터넷 전화 공격, 주가 하락과 불매 운동 협박, 여행사 예약 뒤 취소 등 여러 방법으로 대기업은 물론 영세한 중소기업, 여행사에까지 피해를 줘 경제에 상당히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법무부와 검찰의 수사 방침에 일부 누리꾼이 반발했지만 법무부와 검찰이 개의치 않고 수사를 계속하기로 결정한 배경엔 이 같은 현실 인식이 작용했다.

향후 수사 방향과 관련해 검찰은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모든 게시 글이나 정상적인 불매 운동을 수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부 누리꾼의 행동이 업무 방해나 협박, 강요죄 등에 해당하는지 검토한 뒤 사안별로 형사처벌하면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앞으로 특정인의 개인 정보를 올려 집단적인 협박을 유도하는 행위나 인터넷에 허위사실을 올려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 등을 집중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우선 인터넷 등의 전반적인 실태를 파악해서 악의적이고 반복적으로 광고 중단을 압박하는 사례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김수남 3차장은 “경찰 수사 지휘를 강화하고 필요하면 검찰이 직접 인지해 수사도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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