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싸우고 키우고 나누고… 게임속에 경영리더십 있다

  • 입력 2008년 5월 17일 02시 58분


《“80명의 공격 길드(게임 진행을 위한 동아리)를 이끄는 것은 중간 규모의 기업을 경영하는 것과 비슷하다. 자원을 분배하고, 공평한 보상을 실시하며, 경쟁에서 이겨야 할 뿐 아니라 성장도 도모해야 한다. 아울러 세세한 일상 업무를 처리하는 동시에 구성원의 만족도와 생산성을 유지해야 한다. 나는 1주일에 60시간 가까이를 투자해 공격을 이끌고 팀원들의 e메일과 질문에 답했으며, 길드 정책을 마련하고 모든 사람의 공격 포인트를 업데이트했다.”(미국 육군 퇴역장교이자 인사관리 석사인 익명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용자)》

온라인 게임에는 우주선이 폭발하고 흉측한 괴수와 중무장한 전사가 혈투를 벌이는 ‘황당무계한’ 내용이 등장한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경영저널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신호(5월호)는 인터넷 게임이 결코 ‘아이들 장난’만이 아니며, 게임에서 미래의 기업 리더십을 찾을 수 있다는 주제의 기사를 게재했다.

바이런 리브스 스탠퍼드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등은 게임 속 리더들이 비현실적인 임무를 수행하기는 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자질은 현실의 리더들과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다고 지적했다. 게임의 리더들은 불확실한 상황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전략을 실행에 옮기며 여러 팀을 조화롭게 관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HBR 기사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 최신호(9호)에 실려 있다.

○ 게임이 ‘리더십 모의 훈련장’ 될 수 있어

저자들과 이들이 설립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시리어시티는 IBM의 의뢰를 받아 게임 속 리더십을 연구했다. 이들은 게임 시간이 총 5만 시간을 넘는 베테랑 게이머 6명을 한 팀으로 구성해 게임 속 리더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관찰하고 기록했다. IBM은 이후 게임과 기업 모두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후속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게임에서의 리더십이 현실 속 기업 환경에서도 효과를 발휘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연구진은 또 게임 속 환경이 미래의 기업 환경과 비슷하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온라인 게임에서 게이머들의 임무(업무 활동)는 자발적으로 조직돼 협력을 통해 이뤄지며, 조직 내 위계질서도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따라서 온라인 게임이 현실은 물론 미래의 리더십을 훈련하는 데 효과적인 ‘모의 훈련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게임 속에서 리더십을 연습할 수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먼저 게임에서 1시간 동안 수백 건의 전략적 결정을 내리다 보면 신속한 의사결정 능력을 기를 수 있다. 게임은 시간과 공간이 축약된 세계다. 현실 세계라면 수개월이 걸리는 활동이 불과 몇 분 안에 이뤄진다. 게이머들은 이를 통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만약 전략에 오류가 있을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경험한다.

다양한 전략과 리더십 기법을 자유롭게 시험해 볼 수 있다는 것도 게임의 장점이다. 게임에서는 실패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게이머들은 특정한 상황에서 냉정하고 침착하게 여러 가능성을 타진하는 법을 배운다.

또 게임 속에서 여러 가지 리더십 역할을 번갈아 수행하는 과정에서 직급이 낮은 게이머들도 리더의 역할을 체험하는 것이 가능하다.

○ 온라인 게임이 리더십에 주는 시사점

온라인 게임은 현재 우리가 잘 모르거나 간과하고 있는 리더십에 대한 통찰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현재 리더십에 대한 대부분의 저작물은 리더로서 개인의 배경과 선천적인 재능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게이머들은 리더의 자질보다는 게임의 환경을 바꿈으로써 리더십의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게임의 리더들은 디지털 시스템에 기반을 둔 인센티브와 광범위한 정보의 투명성을 통해 통솔력을 극대화한다.

많은 게임에서 인센티브 지급은 필수적이다. 리더들은 지하 감옥 격파를 3시간 안에 완수하는 사람에게 가상 화폐를 지급하는 식으로 보상을 한다. 게임에서의 보상은 즉각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현실보다 더 매력적이다. 현실의 기업에서는 조직원이 연초에 달성한 성과에 대해 연말에 보너스를 지급해 보상의 효과가 반감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리더들은 공격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팀에 필요한 자원을 채취하는 게이머에게 가상 화폐를 지급해 통상 지루하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활동을 활성화한다. 이런 보상은 각자의 기여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게임의 기능 때문에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게임은 고도의 정보 투명성을 제공해 리더가 조직을 더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게 해 준다. 현실의 기업에서는 고위 임원 몇 명만이 회사의 전체적인 상황을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온라인 게임은 게임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에게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그 결과 게이머들은 리더의 지시를 기다릴 필요 없이 곧바로 필요한 행동에 나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것은 마치 재즈 연주자들이 즉흥 연주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리브스 교수는 “앞으로 온라인 게임에 익숙한 세대가 기업 경영에 참여함으로써 리더십이 크게 변화하게 될 것”이라며 “게임 등의 디지털 환경은 기업의 업무를 더 간단하고 재미있게 바꿔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국내 최초의 고품격 경영매거진 ‘동아비즈니스리뷰(DBR)’ 9호(5월 15일자)의 주요 기사 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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