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시력 1.0’ 지키기]<3>생활습관이 중요해요

  • 입력 2008년 5월 3일 03시 07분


부모 나쁜 습관이 자녀 눈 망친다

《초등학교 6학년 이선희(가명·13·대구 북구 칠성동) 양 가족은 모두 안경을 쓴다. 초등학교 1학년 조찬인(8·서울 성동구 행당동) 군 가족은 모두 시력이 1.0이 넘는다. 주변을 둘러보면 부모가 눈이 좋으면 자식도 좋고, 부모가 나쁘면 자식도 나쁜 경우가 많다. 무엇이 이런 가족 간 시력 차를 만들까. 물론 시력을 결정하는 데는 유전적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생활습관 같은 후천적 요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시력에 나쁜 생활습관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이런 습관은 부지불식간에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대물림된다. 대한안과학회가 제시한 ‘가족 눈 건강 수칙 7계명’에 선희 양과 찬인 군 가족의 일상을 대비해 보면 사소한 생활습관이 가족 전체의 시력을 좌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과 검진은 가족 모두 생활화해야=선희 양 아버지 이강석(가명·48) 씨와 어머니 이희성(가명·39) 씨는 각각 시력이 0.3, 0.3(좌우), 0.2, 0.6이다.

독서광인 아버지 이 씨는 습관적으로 누워서 책을 본다. 선희 양도 아버지를 따라 배를 바닥에 깔고 책을 보는 경우가 많다. 어머니 이 씨는 실내를 컴컴하게 해놓고 TV를 본다. 집중이 잘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선희 양도 TV를 볼 때 불을 끄거나 어둡게 하는 버릇이 생겼다.

선희 양은 책상이 아니라 조명이 어두운 침대나 식탁에서 공부를 할 때가 많다. 어머니 이 씨는 “딸이 공부하는 것이 기특해 눈이 나빠지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씨 부부는 정식으로 안과 검진을 받아본 적이 없다. 안경을 맞출 때 안경점에서 시력을 재본 것이 전부다. 그러다 보니 딸의 시력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4년 전 이 씨 부부는 딸로부터 “앞이 잘 안 보인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으로 딸과 함께 안과를 찾았다. 딸의 시력은 0.5, 0.6이었다.

이 씨 부부는 뒤늦게 딸에게 1년에 두 번씩 안과 검진을 받게 했지만 선희 양의 시력은 계속 떨어져 현재 0.1, 0.2가 됐다.

서점을 운영하는 이 씨 부부는 “저녁 늦게까지 집을 비우다 보니 딸이 혼자 거실에 누워 책을 보거나 TV를 보며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면서 “우리가 눈이 나쁜데도 그동안 딸의 시력에 너무 무관심했다”고 말했다.

자녀의 시력이 나빠지는 것을 제때 알아차리는 부모는 많지 않다. 아이 자신이 눈이 나빠지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정확한 증상을 설명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정태영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만 5세가 되면 시세포들이 성인과 거의 비슷한 정도로 형성된다”면서 “부모는 자녀가 3, 4세 때부터 안과 검진을 받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공부할 때 1시간마다 10분씩 눈을 쉬게 해줘야=찬인 군의 시력은 1.2, 1.0이다. 아버지 조광섭(41) 씨와 어머니 이민정(35) 씨의 시력은 모두 1.0, 1.0이다.

찬인 군은 다섯 살 때부터 6개월마다 안과 검사를 받았다. 어머니 때문이다. 이 씨는 “우리 부부가 정기적으로 눈 검사를 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도 안과에 데려가게 됐다”고 말했다.

조 씨 부부는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골라 하루 30분∼1시간만 TV를 본다. TV를 볼 때도 거실 바닥이 아닌 소파에 앉아 일정 거리를 둔다.

또 책을 읽을 때는 의도적으로 책상에 앉는다. 적당한 스탠드 조명 아래서 책을 봐야 눈에 좋기 때문이다.

조 씨는 “찬인이가 어두운 곳에서 책을 보면 항상 전등을 켜라고 했다”며 “조금이라도 조명이 어두우면 전구를 교체해 줬다”고 말했다.

찬인 군도 어느 순간부터 조 씨 부부의 행동들을 배우게 됐다.

찬인 군은 공부를 할 때 1시간에 5∼10분씩 휴식을 취하며 눈을 쉬게 해준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TV는 하루 1시간 이상 보지 않고 게임도 일주일에 1, 2시간만 한다. 눈에 좋은 해조류, 야채류 음식도 잘 먹는다.

백혜정 가천의과대 안과 교수는 “소아기에 시력 관리를 철저히 해야 평생 좋은 시력을 유지할 수 있는 만큼 부모는 시력에 좋은 생활습관을 갖도록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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