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투자자들, 한국 젊은 IT기술에 “원더풀”

  • 입력 2008년 2월 20일 03시 03분


한국의 ‘엔샵605’팀이 1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의 MS 본사에서 현지 벤처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사업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이들은 4일부터 MS의 초청으로 현지에 머물면서 시청각 장애인의 의사소통을 돕기 위해 자신들이 개발한 ‘핑거 코드’란 기술을 실제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교육을 받았다. 샌프란시스코=임우선  기자
한국의 ‘엔샵605’팀이 1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의 MS 본사에서 현지 벤처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사업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이들은 4일부터 MS의 초청으로 현지에 머물면서 시청각 장애인의 의사소통을 돕기 위해 자신들이 개발한 ‘핑거 코드’란 기술을 실제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교육을 받았다. 샌프란시스코=임우선 기자
“절대 사장(死藏)시키지 마세요(Please, don’t die). 여러분의 기술은 정말 놀랍습니다. 개발비를 댈 누군가를 찾아야 해요. 여러분의 아이디어는 반드시 진짜 제품이 돼 살아 남아야 합니다.”

18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

약 10분의 긴장된 사업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뒤 실리콘밸리 벤처자금 투자자의 칭찬이 이어지자 한국 학생들의 얼굴에도 환한 웃음이 번졌다.

이날 갈채를 받은 주인공은 MS가 각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주최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경진대회인 ‘이매진컵’에서 지난해 2위를 차지한 한국대표팀 ‘엔샵605’의 세종대 학생들.

임찬규(27) 민경훈(26) 임병수(24) 정지현(22·여) 씨 등 4명으로 이뤄진 엔샵605팀은 미국 MS 본사의 초청을 받아 이달 4일부터 20일까지 MS의 글로벌 정보기술(IT) 창업가 양성 프로그램인 ‘이노베이션 액셀러레이터(Innovation Accelerator·IA)’에 참여하고 있다.

IA는 이매진컵에서 우수한 기량을 보인 세계 각국의 6개 팀을 MS 본사로 초청해 이들이 낸 ‘아이디어’가 실제 ‘상품’으로 개발되는 과정을 거쳐 ‘사업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시켜 주는 프로그램이다. MS와 영국의 통신사 브리티시텔레콤(BT)이 공동으로 진행한다.

“학교가 갓 배출한 젊은 인재들은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탄탄한 기술지식이 있지만,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발전시킬 노하우는 부족한 편이죠.”(에마누엘 오니산티 MS 아카데믹 프로그램 담당자)

교육은 △사업계획 수립 시 고려할 점(Market analysis) △예산 편성방법(Financial projection) △창업 자금 조달(Funding) △효과적인 투자자 설득(Presentation knowhow) 등 철저히 실용적인 내용으로 짜여 있다.

강사진은 MS, BT의 임원들을 포함해 인근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교수, 실리콘밸리의 현업 사업가, 벤처 투자가들로 구성된다.

엔샵605팀 학생들은 이곳에서 지난해 자신들이 이매진컵에 출품해 수상한 ‘핑거코드’라는 기술을 상용 제품으로 발전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핑거코드는 시청각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손쉽게 실시간 의사소통을 하게 해 주는 기술이다.

핑거코드는 시청각 장애인들이 자신의 손가락 특정 부위를 누르는 방식으로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기술이라고 한다.

장애인들이 핑거코드 전용 장갑을 끼고 손을 눌러 ‘말’을 하면 이는 비장애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음성이나 문자로 전환되고, 비장애인들의 음성은 진동으로 바뀌어 장갑을 통해 다시 장애인들에게 전달된다.

정지현 씨는 “이곳에서 BT의 개발자들이 소개해 준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핑거코드의 메시지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도 받아볼 수 있게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정 씨는 “BT와 MS의 개발자들이 우리 팀뿐만 아니라 태국 자메이카 멕시코 아일랜드 폴란드 등 다른 팀에도 일대일로 기술 코치를 해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찬규 씨는 “핑거코드는 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인 만큼 반드시 상용 제품 개발을 이뤄내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학생들은 이번 프로그램 참가를 계기로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가 생겼다고 했다. 이들은 사업가의 시각에서 기술을 바라볼 수도 있게 됐다.

임병수 씨는 “IA에 참가하기 전까지만 해도 벤처 창업에선 ‘기술’이 전부인 줄 알았다”며 “하지만 소프트웨어 벤처 창업에서 기술은 일부일 뿐이며 비즈니스 계획 수립이나 개발팀의 팀워크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임 씨는 취업이 보장되는 국내 대기업의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과정에 합격했지만, 이를 포기하고 IA에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일부 대기업에서도 대학생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회사에 필요한 기술 주입식 교육”이라며 “국내에서도 IA처럼 젊은 인재들의 창의력 개발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조 블랙 BT 신기술사업개발 책임자는 IA와 같은 창업가 발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사업가 정신은 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이고, 창업 지원을 통해 소프트웨어 업계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이들이 장차 MS나 BT의 경쟁상대로 성장할 수도 있겠지만, 경쟁이야말로 기업 발전에 좋은 것 아니냐”며 “이들과 ‘협력적인 경쟁’을 통해 더 큰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