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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1일 02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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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평생 의학의 길을 걸어온 노교수가 후배 의학자들의 연구를 위해 자신의 시신을 모교에 기증했다.
31일 유가족에 따르면 전날 별세한 장익진(94·사진) 전 연세대 의대 교수는 생전의 약속대로 자신의 시신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연구용으로 기증했다.
장 교수가 시신 기증을 결심한 것은 아직 우리나라에 시신 기증문화가 낯설었던 16년 전. 1992년 부인 이옥순(86) 씨의 고희연에서 장 교수는 “나중에 내가 죽으면 시신을 모교에 기증하겠다”고 깜짝 선언을 했다. 이 선언에는 부인도 동참해 부부가 함께 시신 기증을 약속했다.
장녀인 장성자(64) 전 여성부 여성정책실장은 “부모님의 결심을 듣고 형제들이 모두 놀라 말리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평생을 의학에 몸 바친 아버지로서는 당연한 결정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시신 기증을 시신을 훼손하는 행위로 보는 인식이 강해 시신 기증이 거의 이뤄지지 않다가 1995년 국내 최초 3벌식 타자기를 만들었던 공병우 씨 등 유명 인사들이 시신을 기증하면서 시신 기증 운동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장 교수의 시신 기증을 담당할 이혜연 연세대 의대 해부학 교수는 “1990년대 초반 장 교수의 시신 기증 약속은 국내에서는 거의 선구자격”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의 첫째사위인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은 “장인은 평생을 뇌염백신 등 예방의학 분야에 헌신했다”면서 “자신을 앞세우지 않고 항상 후배들이 잘되길 바라는 분이어서 시신 기증도 깊은 생각 끝에 결정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1916년 평안북도 선천에서 출생했으며 1940년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질병관리본부의 전신인 국립방역연구소 부소장을 거쳐 1957년부터 연세대 의대 미생물학 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가톨릭대 의대와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교수를 거쳐 1969년부터 1986년까지 미국 미시간 주 공중보건과장으로 근무했다.
1986년 귀국해 1990년 퇴임할 때까지 순천향대 미생물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연구와 후학 양성에 힘썼다. 빈소는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발인 예배는 1일 오전 10시. 유족으로는 부인 이옥순 씨, 장녀 장성자 전 여성부 여성정책실장과 첫째 사위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을 비롯해 장남 장성인 시그노드코리아 사장과 며느리 곽동순 연세대 음대 교수, 차녀 장성은 재미 치과의사와 둘째 사위 마크 텔프스 펀드매니저가 있다. 02-392-3099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