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수술한 임신부 세계 최초 쌍둥이 출산 성공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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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자궁경부암으로 수술을 받았던 국내 여성이 자궁경부암 수술 환자 중 세계에서 처음으로 쌍둥이 아기를 출산한 사실이 최근 외국의 유명 학술잡지에 실리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이근영 한림대 의대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2004년 5월 자궁경부암 수술 뒤 인공수정으로 임신한 이진숙(36·경기 파주시 금촌동) 씨의 자궁경부 상단을 실로 묶어 자궁 입구를 튼튼하게 만든 뒤 임신 31주 만에 각각 1.44kg과 1.51kg의 여자 쌍둥이를 제왕절개로 출산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씨는 자궁경부암 수술 때 병원 측에서 자궁 전체를 들어낼 것을 권유받았으나 임신을 하기 위해 자궁경부 일부만을 자르는 수술을 받았다. 이럴 경우 임신을 하게 되면 약한 자궁경부 때문에 유산, 조산 위험성이 높아져 지금까지 성공적인 출산이 어려웠다.

지금까지 국내외 통틀어 자궁경부암 수술을 받은 여성이 임신한 경우는 모두 149건으로 보고됐다. 이 중 3건이 쌍둥이 임신이었으며 3건 모두 태아가 24주에 조기 분만돼 사망했다. 이 교수는 “나머지 146건의 경우도 출산까지 성공한 경우가 많지 않다”면서 “지금까지 이를 방지하는 방법에 대해 뚜렷한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복부를 통해 자궁경부 상단을 묶어 자궁 입구를 튼튼하게 만드는 시술을 시도해 출산에 성공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앞으로 이와 유사한 임신 여성의 출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암 수술 환자의 쌍둥이 출산은 세계적으로 처음 있는 일로 ‘미국산부인과학회지(AJOG)’ 최근호에 게재됐다.

쌍둥이를 출산한 이 씨는 “5년 동안 아기가 없어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자궁경부암이라는 이야기에 절망도 했지만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은 덕분에 임신도 하고 성공적으로 출산해 지금은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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