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전문가 3인의 ‘어지럼증’ 생생토크

  • 입력 2007년 11월 1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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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와 관련해 생기는 흔한 질병 중 하나가 어지럼증이다. 귀 속 칼슘입자가 떨어져 나오는 이석증, 평형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이 감염되는 전정신경염, 귀가 꽉 찬 느낌으로 발작성 어지럼증이 생기는 메니에르병 등이 관련 질환이다. 하지만 어지럼증은 귀만 아니라 신경계나 정신과적 문제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원인이 다양하다 보니 환자들은 어지러울 때 어떤 병원을 찾아가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지럼증 환자를 자주 대하는 이비인후과, 신경과, 정신과 의사들이 만나 어지럼증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참가한 이는 권순억 현대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서호석 강남차병원 정신과 교수, 김태형 하나이비인후과 하나비과학연구소 원장이다.》

찬공기 쐬다 어지러우면 즉시 병원으로

○ 귀에 문제가 없어도 어지럼증 생겨

▽권순억=어지럼증이 생기는 이유는 너무도 다양하다. ‘핑핑 돈다’는 느낌이 들면 귀에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다. 하지만 뇌, 심장에 문제가 있거나, 편두통이 있거나, 약을 잘못 복용했을 때도 어지럼증이 생긴다.

▽서호석=스트레스나 불안 때문에 교감신경계가 지나치게 활발할 때도 어지럼증이 생긴다.

▽김태형=고혈압 약, 전립선 비대증 약, 신경과 약 등 일부 약이 어지럼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권=인간은 귀에만 평형감각이 있는 게 아니다. 눈이나 다리 근육도 평형감각에 작용한다. 눈으로 보고 걸으면서 근육이 얻는 정보와 귀를 통해 뇌에서 인지하는 정보가 서로 다르면 어지럼증을 느낀다.

▽김=아이맥스 영화를 보거나 놀이기구 타는 걸 상상하면 된다. 눈은 핑핑 도는데 발은 제자리에 있어 귀는 몸이 서 있다는 정보를 뇌에 보내면 어지러움을 느낀다.

▽권=노인은 감각기관이 퇴화되기에 감각의 불일치에 따른 어지러움을 느끼기 쉽다. 여성은 월경할 때 빈혈 때문에 어지럽기도 하다. 전립선 비대증이 있는 남성은 걸을 때 갑자기 다리로 피가 몰리면서 혈압이 떨어져 어지러울 수 있다. 20∼40대 젊은 여성은 편두통 때문에 어지럼증을 많이 느낀다.

▽서=문화인류학적으로 봤을 때 불안과 연관된 어지럼증은 몸의 자연스러운 방어기전이다. 원시인이 길을 가다 사자를 만났다면 싸우든 도망가든 원시인의 근육에는 혈액이 공급될 필요가 있고, 이때 뇌 속 피가 모자라 어지럼증이 생긴다. 장시간 싸우거나 도망쳐야 하기에 소화기관의 작용이 중단돼 에너지를 아낀다. 침에 소화효소가 들어 있으므로 침도 마른다. 소변도 잘 나오지 않는다. 이런 흔적이 남아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은 어지럼증과 함께 가슴이 뛰고 소화도 잘되지 않고 입이 바짝 마른다. 요즘 불안을 일으키는 요소는 사자가 아닌 스트레스이지만….

▽권=원인별 어지럼증이 명확히 구분되면 좋겠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귀에 가까운 뇌신경에 손상이 왔을 때는 마치 귀에 이상이 생겨서 어지러운 것으로 뇌가 인식한다.

▽김=요즘 환자들은 자신이 짐작한 병이 아니라고 진단을 내리면 의사를 믿지 않는다. 인터넷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를 너무 맹신한다.

○ 특별한 증세 없으면 정신과 찾아야

▽권=갑자기 심한 어지럼증이 생겨 하늘이 돌고 구역질이 난다면 응급실로 가야 한다. 나이가 많고 고혈압, 당뇨병, 부정맥 등이 있을 때 심한 어지럼증이 생겨도 마찬가지다. 어지럼증과 함께 머리가 아프거나 비틀비틀 걷거나 물체가 2개로 보이거나 말이 둔해지고 손발을 쓰기 힘들다면 신경과를 찾는 게 좋다.

▽김=귀에서 소리가 나거나 잘 안 들리면서 심한 어지럼증이 반복되면 이비인후과를 가야 한다. 하루 이틀 정도 어지럽다가 괜찮으면 모르지만 증세가 심해지면 반드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메니에르병, 편두통, 뇌중풍(뇌졸중)은 유전적 소인이 있다. 부모가 젊어서 난청이 생겼거나 평소 자주 어지럽다고 호소했거나 편두통, 뇌중풍으로 고생했다면 자녀도 검사받아야 한다. 어려서부터 멀미를 자주 하고 오래 서 있을 때 기절한 적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권=청력에는 문제가 없이 심한 어지럼증만 반복되면 편두통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편두통은 때로 두통은 거의 없는 대신 구토나 어지럼증만 느낄 수 있다. 신경과에서 진단한다.

▽김=귀의 평형기관에 문제가 있는 경우 전형적인 증상이 있다.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특정 방향으로 움직였을 때 확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서=이렇게 해도 증상을 확인할 수 없다면 정신과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커서 의사들도 정신과를 권유하지 못하고 환자들도 찾기를 꺼린다.

▽김=실제로 그렇다. 환자들에게 정신과를 권유하기 힘들어서 “신경외과 말고 신경과나 신경정신과를 꼭 가보세요”라고 말한다.

▽서=공황장애는 가까운 가족이 사망하거나 시험에 떨어지는 등 큰 스트레스로 오기도 하지만 그냥 뇌 속 신경전달물질 균형이 흐트러져 오기도 한다. 눈에 띄는 원인이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권=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서 원인을 확인해야 하는 병은 뇌중풍, 소뇌위축증, 뇌혈관 이상, 뇌종양 등이다. 응급실로 찾아오는 사람들은 갑자기 어지럼증이 찾아온 경우라 MRI를 찍어야 하는 경우가 반 이상이다. 하지만 외래예약을 통해 병원에 오는 환자들 중 MRI를 찍을 필요가 있는 경우는 10% 이하다.

▽서=어떤 환자는 귀와 신경계에 이상이 없다고 해도 MRI 찍기를 고집하고 정신과를 안 찾는다. 하지만 현대인의 삶 자체가 스트레스다. 나쁜 일뿐 아니라 결혼 출산 임신 승진 등 긍정적 이벤트도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된다는 점에서 스트레스다.

○ 수험생은 근육이완-호흡훈련 도움

▽권=그동안 어지러울 때 신경안정제를 처방하는 의사들이 많았다. 한쪽 귀의 평형기능이 망가졌을 때 멀쩡한 귀의 평형기능을 떨어뜨려 어지럼증을 잡았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런 약들은 어지럼증을 장기화할 뿐이다. 함부로 신경안정제를 복용해서는 안 된다.

▽김=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양 귀의 평형기능이 깨져도 안 좋은 쪽의 기능을 끌어올려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신경안정제를 쓰면 그 보상작용이 늦어진다. 당장은 편해도 평생 개운하지 못한 어지럼증을 달고 살 수 있다.

▽권=어떤 상황에서 어떤 어지러움을 느꼈는지 병원에 가기 전에 꼼꼼히 기록해 두는 게 가장 좋다. 회전성 어지러움인지, 흔들리는지, 한쪽으로 쏠리는지, 땅이 꺼지는지, 누웠다 일어날 때인지 자세히 적어야 한다. 어떤 약을 먹는지도 일일이 적어야 한다.

▽김=어지럽고 귀찮다고 자신의 병력을 제대로 알리지 않으면 진단 자체가 어렵다. 물론 의사가 비디오나 확대안경을 통해 환자의 눈 움직임을 보고 판단도 하지만 병력이 가장 중요하다.

▽서=긴장, 불안, 스트레스로 어지럼증이 있는 경우 바이오피드백이 도움이 된다. 뇌에 장치를 붙이고 모니터로 자신의 상태를 보며 긴장을 푸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김=겨울이나 환절기가 되면 말초신경에 자극이 와서 어지럼증이 더 생기기 쉽다. 이럴 때 급격한 기온변화에 노출되지 않는 게 좋다.

▽서=우울하거나 스트레스 때문에 감각이 너무 예민해져 있는 사람이라면 인지행동치료를 받는 것도 좋다. 회전의자에 환자를 앉히고 돌려 정도가 낮은 어지럼증에는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권=몸의 컨디션이 나빠지면 뇌로 정보 전달이 정확히 되지 않아 어지럼증이 생긴다. 평소 컨디션 조절을 잘할 필요가 있다.

▽김=음식을 싱겁게 먹고, 잠은 6∼8시간 정도 충분히 자고, 과음하거나 약물을 함부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 노인들은 안마기 등 진동에 노출됐을 때 이석증이 생기기도 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서=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입사시험을 볼 때 너무 긴장돼 어지럽기까지 하다면 근육이완훈련과 호흡훈련이 도움이 된다. 열을 세면서 손가락 끝부터 어깨까지 서서히 근육을 긴장시켰다가 다시 스물을 세면서 어깨부터 손가락까지 긴장을 풀어 준다. 한 손은 가슴에, 한 손은 배에 두고 눈을 감고 복식호흡을 한다. 열을 세면서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내뱉고, 열부터 하나까지 거꾸로 세면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은 등 푸른 생선, 비타민, 견과류, 야채류는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탄산음료나 트랜스지방이 많은 음식은 피하라.

▽김=카페인도 적절히 섭취하면 혈액순환이 좋아져 귀의 질병에는 도움이 된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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