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환자 안받는 ‘귀족의원’

  • 입력 2007년 9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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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클리닉-성형외과 76% 1년에 한번도 보험진료 안해

1회 최소 500만원 넘는 지방흡입술등 돈되는 치료 열올려

얼마 전 주부 이모(36) 씨가 서울 강남지역에서 친구와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옆에서 놀던 큰아이(7)가 넘어져서 무릎에 큰 상처가 생겼다.

주변에 일반외과가 보이지 않자 이 씨는 급한 마음에 성형외과 의원을 찾았다. 그러나 “이 지역 성형외과들은 미용성형을 주로 하니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게 좋겠다”는 대답만 들었다. 이 씨는 결국 강북지역으로 건너갈 수밖에 없었다.

성형외과 의사의 말은 “미용성형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진료비가 비싸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실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는 대체로 비(非)보험 진료보다 비용이 싸다. 이 때문에 수익 극대화를 위해 건강보험 진료를 아예 하지 않는 의원이 적지 않다. 이른바 ‘귀빈(VIP)’ 환자만 받는 ‘귀족의원’들인 셈이다.

본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6년 건강보험 진료비 청구 및 심사 건수’ 자료를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 의원 2만5789곳(치과, 한의원 제외) 중 4.4%인 1132곳이 1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건강보험 진료를 하지 않았다.

진료 과목이 명시되지 않은 일반의원이 1년간 단 한 건도 건강보험 진료를 하지 않은 비율이 44.1%로 가장 높았다. 이들의 상당수는 ‘비만클리닉’ ‘미용클리닉’ 등의 형태로 운영되며 비보험 진료를 주로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다음으로 성형외과(42.4%)가 비보험 진료가 많았다. 나머지 분야는 산부인과(2.2%), 외과(1.8%) 순이었다.

진료과목별로 보면 성형외과 중에서 ‘귀족의원’ 비율이 가장 높았다. 2006년 말 현재 629개 성형외과 의원 중 76.3%가 지난 한 해 동안 단 한 번도 건강보험 진료를 하지 않은 것. 한 성형외과 의사는 “건강보험 진료에 주력하다 보면 의원 운영이 어렵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렇지만 환자들은 “그렇다고 해도 의원이 수익성만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의원으로서는 건강보험 진료를 하면 심평원의 심사를 모두 받아야 하는 데다 수입 규모도 작다. 그러나 비보험 진료를 하면 한 번에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성형외과의 경우 유방확대나 지방흡입술은 1회에 500만 원이 넘는다.

다만 이번 조사에는 건강보험 진료비 청구 지연, 휴업, 폐업 등의 사정으로 인해 일부 의원이 ‘건강보험 진료 0건’으로 집계된 사례가 포함됐을 것으로 심평원은 추정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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