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병원지도]“성형은 부산진구” 일본서도 원정 수술

  • 입력 2007년 6월 23일 03시 01분


의원을 개원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진료과목별로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고가 장비가 필요한 피부과의 경우 상권이 활성화된 서울 지역에서 개업하려면 임차보증금 및 인테리어비를 포함해 최대 20억 원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 피부과의 시술 장면.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의원을 개원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진료과목별로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고가 장비가 필요한 피부과의 경우 상권이 활성화된 서울 지역에서 개업하려면 임차보증금 및 인테리어비를 포함해 최대 20억 원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 피부과의 시술 장면. 동아일보 자료 사진
■ 전국의 의료특구와 의료 사각지대

서울에선 강남구가 개업의가 많은 ‘의료 특구’라면 지방에선 부산 부산진구와 대전 서구를 의료 특구로 꼽을 만하다. 이 두 곳은 경제력이 있는 인구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으며 인근 지역 의료 수요를 흡수하면서 종합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방의 의료 메카다.

대전 서구는 2006년 12월 현재 개원 의원 수가 상위 3위 안에 든 진료과목이 외과, 재활의학과, 비뇨기과, 신경과 등 모두 8개 과목이나 된다. 외과 의원 수는 18곳으로 서울 강남구와 함께 공동 1위였고 재활의학과는 10곳으로 서울 강남구보다 2곳이 더 많았다.

대전 서구는 1993년 대전 엑스포 유치 이후 본격적으로 개발된 신도심 지역으로 제3정부종합청사, 시청, 법원, 각종 기업 등이 있다. 대형 아파트 단지가 빼곡히 들어차 있어 상주인구도 많은 편이다. 둔산동, 월평동을 중심으로 비보험 진료가 많은 과목의 병의원이 밀집돼 있다.

임두혁 대전 을지대병원 홍보팀장은 “정치, 행정, 경제, 문화의 중심인 대전 서구는 서울의 강남과 같은 곳이다”면서 “둔산동 갤러리아백화점 주변의 병의원 밀집도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못지않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15년째 개업 중인 굿모닝 비뇨기과 김정권 원장은 “지난해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되면서 서구 지역으로의 병의원 밀집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며 “최근 이곳도 병의원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병의원이 밀집되다 보니 경쟁이 심해져 시술비가 3∼5년 전에 비해 30% 이상 낮아졌다. 또 서울∼대전 간 KTX가 개통되자 서울로의 환자 유출 현상이 나타나 폐업하는 병의원도 늘어나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는 이번 조사에서 외과, 성형외과, 흉부외과, 비뇨기과, 진단 방사선과 등 모두 5개 과목에서 상위 3위 안에 들었다. 특히 이곳은 성형외과 개업 의원 수가 서울 강남구에 이어 전국 2위에 오를 정도로 미용, 성형 분야의 메카다.

지하철 1호선과 2호선 환승역인 서면역 인근 롯데백화점과 롯데호텔을 중심으로 46개의 성형외과가 개업하고 있다. 지하상가 벽면의 50m 이상이 병의원 광고로 도배된 곳도 있다. 5, 6층짜리 빌딩 전체에 각 진료과목이 백화점 식으로 입주해 있는 이른바 ‘메디컬 빌딩’도 눈에 자주 띈다. 한 건물에만 들어가면 ‘원 스톱 진료’가 가능하다.

이곳 역시 진료비 가격 파괴가 일어나고 있다. 서면역 인근에서 7년째 개업 중인 김성호 하늘성형외과원장은 “3∼5년 전에 비해 치료비가 평균 10∼20% 떨어졌다”며 “최근 개업한 의원에선 치료비를 30% 이상 할인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파라디아 성형외과 윤성호 원장은 “쌍꺼풀 수술 비용이 60만∼90만 원, 코 수술 비용이 150만 원 정도여서 서울에 비해 절반 가까이 싸다”면서 “서울에서 KTX를 타고 찾아오는 환자도 있고 단골 일본인 관광객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성형외과나 피부과는 여행사와 제휴를 맺어 쌍꺼풀 수술, 보톡스 주사, 피부 레이저 치료 등을 받으러 오는 일본인 손님이 전체 고객의 60∼70% 선에 이른다.

이런 ‘의료 특구’와는 대조적으로 전문의가 한 곳도 없는 ‘전문의 무의촌’ 지역도 적지 않다.

예컨대 인천 옹진군, 강원 고성·인제군, 충북 단양군, 경북 영양·울릉군 등 6개 지역에는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등 주요 5개 과목 개원의가 한 명도 없다.

울릉군의 경우 진료과목을 불문하고 개원 의원이 한 곳도 없어 의료 서비스에서 가장 소외된 지역으로 조사됐다. 이곳에서는 군복무를 대신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 17명, 간호사 24명이 1만 명이 넘는 주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이농현상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연령대의 젊은이들이 없어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도 많다. 부산 강서구, 경기 연천군, 강원 양양군, 충북 청원군, 충남 청양·태안군, 전북 무주군, 전남 구례·진도군, 경북 청송·영양군, 경남 산청·의령군 등 무려 50곳에선 전문의의 도움을 받으며 아이를 낳을 수 없다. 산부인과가 없는 50곳의 84%에 이르는 42곳은 소아과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인구 5만 명 미만인 산간, 도서 벽지다. 출생인구 감소와 고령화 현상에 따라 의료의 수요 공급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내과 의원이 없는 지역은 강원 고성군, 경북 청송군, 경남 산청군 등 모두 12곳이었다. 외과 의원이 없는 지역은 26곳, 가정의학과 의원이 없는 지역은 66곳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보건복지부는 이들 지역에 공중보건의를 파견하고 이동검진차량 운영 사업을 추진하는 등 의료 공백을 메우려 노력하고 있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회 김승수 홍보이사는 “공중보건의사로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정책은 조만간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며 “의대 신입생 가운데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여학생의 비율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보건, 의료 분야의 재정을 확충해 공중보건의를 대신할 관리의사(계약직 공무원 신분 의사)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개업비용 얼마나 드나

의사의 개업비용은 진료 과목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가 날까. 병원 크기나 장비, 인테리어 등에 따라 개업비용은 천차만별이어서 일률적으로 말하긴 쉽지 않다. 또 의료 장비는 성능이 제각각이어서 가격 차가 적지 않다. 하지만 기본적인 장비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안과와 피부과의 개업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다.

안과의 경우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백내장 수술 및 검사기기의 대당 리스 비용은 1억∼1억5000만 원이다. 라식 장비의 리스 비용은 대당 5억∼8억 원이다. 안과 개업에 기본 의료장비 리스 비용으로만 6억 원 이상이 드는 셈이다. 병원 위치도 문제다. 상권이 활성화된 서울지역에서 개업하려면 안과는 임차 보증금 및 인테리어 비용 등을 포함해 12억 원가량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과도 장비 구입비가 만만치 않다. 최신 레이저 기기의 리스 비용만 10억 원이 든다. 요즘은 진료가 세분돼 있어 의사 2, 3명이 함께 공동 개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또 피부과의 특성상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총개업비용이 20억 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성형외과는 주로 수술을 많이 하기 때문에 피부과에 비해 개업비용이 적게 드는 편이다. 지방흡입기를 들여놓을 경우 병원 임차료와 인테리어 비용 등을 포함해 5억 원가량이 들어간다는 게 의사들의 이야기다.

개업비용이 많을수록 임차료, 리스비용, 이자 등 유지비용이 커져 병원 운영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빛사랑안과 이동호 원장은 “몇 년 전만 해도 빚내서 개업하면 3년 안에 원금을 건지고 이듬해부터는 수익을 낸다는 말이 있었지만 요즘은 어림도 없는 소리”라며 “서울지역에서 안과는 포화상태여서 10명 중 1명 정도만 성공하고 나머지는 이자 등을 갚느라 허덕인다”고 말했다.

내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 등의 개업비용은 비교적 저렴하다. 의사 한 명이 25∼30평 진료실에 간단한 처치 시설을 갖추고 개원하는 데 2억∼3억 원이 든다. 인테리어 비용은 대개 4000만∼5000만 원 선이다. 지방의 경우 병원 임차료가 싸지만 크기가 30∼40평이어서 서울과 개업비용은 비슷하다.

내과와 가정의학과가 종합검진센터로 개원하면 비용이 늘어난다. 골밀도검사, 내시경, 초음파 등 장비 구입에만 2억 원 이상이 든다. 또 피부 미용 시술까지 하려면 4억∼5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산부인과의 경우 외래환자만 진료하는 병원을 만든다면 2억∼3억 원이면 된다. 하지만 분만실까지 갖추려면 8억5000만∼10억 원이 들어가야 한다. 분만실이 있으면 병실도 최소 5개를 마련해야 하는 등 시설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저출산 현상이 심해지면서 많은 비용을 들여 분만실을 갖춘 산부인과 병원을 개원하려는 의사가 줄어들고 있다.

신경정신과의 경우 특별한 장비가 필요 없어 개업비용이 다른 과에 비해 적게 든다. 인테리어와 임차 보증금 등을 포함해 2억 원 이하로 개업할 수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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