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후 서울 기온, 현재의 대구와 비슷

  • 입력 2007년 2월 9일 03시 00분


바닥 드러낸 눈썰매장 최근 부산의 낮 최고기온이 16.6도까지 올라가는 이상고온 현상이 계속되자 7일 부산 금정경륜공원 잔디광장에 조성된 야외 눈썰매장의 눈이 모두 녹아 바닥을 드러냈다. 부산=연합뉴스
바닥 드러낸 눈썰매장
최근 부산의 낮 최고기온이 16.6도까지 올라가는 이상고온 현상이 계속되자 7일 부산 금정경륜공원 잔디광장에 조성된 야외 눈썰매장의 눈이 모두 녹아 바닥을 드러냈다. 부산=연합뉴스
2049년 1월 어느 날 아침. 이날따라 출근길 시민들이 개인 위성단말기로 전해 받는 뉴스에는 날씨와 관련된 것이 많았다.

먼저 지리 교과서 개정 문제가 나왔다. ‘대나무 분포의 북방 한계선이 서울∼진천∼소백산맥∼태백산맥∼태백산’이라는 부분을 고쳐야 한다는 학자들의 의견이 제기됐다. 서해안보다 겨울이 따뜻한 동해안 지방에서는 원산 이북에서도 이미 대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것.

팔순의 A 씨는 이 뉴스를 보며 중고교 시절 “대나무가 차령산맥 남쪽에서 자란다”고 배웠던 것을 떠올렸다.

올여름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말라리아가 창궐할 것으로 예상돼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고, 눈이 부족해 문을 닫은 중부지방의 폐스키장을 어떻게 활용할지 대책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들렸다. 창밖을 보던 A 씨는 혼잣말을 했다.

“3월에는 경남 밀양으로 벚꽃축제 구경이나 다녀와야겠군. 예전에는 4월에 진해에서 벚꽃축제가 열렸는데….”

○ 2040년 서울 기온, 평년보다 1.9도 높아져

올겨울 한강은 15년 만에 얼지 않았다.

한국의 최근 10년 기온(1996∼2005년)은 14.1도(15개 지점 측정)로 기상청에서 기준값으로 삼는 ‘평년(1971∼2000년 평균)’ 기온인 13.5도에 비해 0.6도 상승했다.

기상연구소 기후연구실이 2005년 기후변화모델을 이용해 1860∼2100년의 240년간 기후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결과에 따르면 2040년대에는 기온이 평년값보다 1.8∼1.9도 올라가고 강수량도 최대 10%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2040년대에는 평균 온도가 14.2∼14.3도, 강수량은 최대 1447.5mm가 되는 것. 평년 기온은 12.4도, 강수량은 1315.9mm였다.

현재 서울과 대구의 기온 차는 대략 1.5도다. 서울과 제주 서귀포시의 기온 차가 4도인 것을 감안하면 30여 년 후에는 서울의 기온이 현재의 대구 이남 지역 수준이 된다는 것.

부경대 오재호(대기공학) 교수는 “2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 당시와 지금의 기온 차가 2.5도”라며 “당시 북아메리카 대륙의 오대호가 다 빙하였던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기온이 1.8∼1.9도 상승할 때의 변화가 얼마나 클지를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여름 강수량 18% 늘어 집중호우 심화

지난 10년간 한반도의 기후는 전형적인 온난화의 특성을 보여 주는 방향으로 변해 왔다.

기상연구소에 따르면 봄과 겨울의 기온이 가장 많이 올랐다. 겨울이 더 짧고 따뜻해진다는 체감이 입증된 것.

연 강수량이 10% 늘어난 반면 여름 강수량은 18% 증가해 여름철 집중호우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풍 발생 빈도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태풍의 강도는 세지고 있다. 온난화가 심해지면 해수 온도가 상승해 태풍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에 가장 민감한 것은 식물이다. 건국대 이승호(지리학) 교수는 “서식 분포의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늘도 난지형 마늘의 재배 지역은 넓어지고 있으나 ‘육쪽마늘’로 불리는 한지형 마늘이 자라는 곳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식물들은 북쪽으로 분포를 옮겨간다. 하지만 그 속도가 온난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멸종할 수밖에 없다.

오 교수는 “한국이 속한 동북아는 세계 평균보다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데다 반도이기 때문에 생태계가 움직이는 방향이 한쪽밖에 없어 불리하다”고 말했다. 그나마도 전국을 거미줄처럼 잇는 고속도로를 만나면 도로를 넘지 못하고 멸종하게 된다. 고산식물도 온난화를 피해 더 올라갈 곳이 없으면 멸종한다.

○ 일부 연구자 “좀 더 지켜봐야” 異論도

이번 IPCC 보고서 작성에 참가했던 기상연구소의 권원태 기후연구실장은 “온난화는 명백하다(unequivocal)는 것이 대다수 관련 연구자들의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이론(異論)이 전혀 없는 것만은 아니다.

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배출은 산업혁명 이후 20세기 초부터 본격적으로 많아졌지만 1940∼70년대에는 오히려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떨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구에 빙하기가 다시 돌아온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기후 변화를 예측하는 온난화 모델에서도 2030년대에는 기온 상승이 주춤해지는 것으로 나타나 연구자들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추세로 봤을 때 온실가스 배출을 지금보다 줄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현재의 배출 수준을 유지해도 온난화는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실장도 “한번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100년 동안 남는다”고 밝혔다.

해결책은 최대한 온난화를 늦추는 것과 새로운 기후 환경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는 것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온난화를 완화해 시간을 버는 동안 생태계도 따라갈 수 있게끔 만드는 것. 문제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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