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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1월 1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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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대부분의 암 환자는 재발에 대한 공포에 시달린다. 최근 한국유방암학회와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유방암 환자의 83%가 재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발을 막는다면 가슴을 모두 절제해도 좋다는 환자가 절반을 넘을 정도이다.
암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치료법이 발달하면서 더는 ‘죽음의 병’이 아니라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 됐다. 유방암의 경우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10명 중 8명은 5년 이상 생존할 정도로 완치율이 높다.
치료를 받으면서 탈모나 구토에 시달리는 경우도 줄고 있다. 초기 유방암의 경우 폐경기 여성이라면 재발을 막기 위해 화학요법을 받지 않아도 된다. 30년 전부터는 호르몬 치료제가 도입됐고 최근에는 아로마타제 억제제로 불리는 약물이 나와 유방암 재발률을 현저히 낮추고 생존 기간을 연장시키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또 특수 유전자 정보에 근거한 치료제가 나올 만큼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환자 맞춤 치료 시대가 열리는 중이다.
자신의 질병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돌보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나친 걱정은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는 암의 경과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반면에 자신의 질병에 대해 희망을 갖는 환자의 경우 치료 결과가 더 좋은 것으로 입증됐다.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의하면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5년 내 사망할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쁠 때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엔도르핀이란 물질이 면역력을 강화시켜 암세포를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환자가 희망을 가지려면 가족이나 친구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누군가의 지지가 암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유방암 환자를 나눠 한 그룹은 일반적인 치료를 하고 다른 그룹은 지지자 그룹을 붙여 주어 우정이나 사랑을 표현하게 한 결과 지지를 받는 환자는 걱정을 덜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었다. 10년 후 관찰했을 때는 지지자를 갖고 있던 환자가 일반 치료만을 받은 환자보다 1년 6개월 더 오래 살았다.
‘사랑의 기술’을 쓴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네 가지 요소 중 하나로 ‘돌봄’을 꼽았다.
그는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암 환자가 주위에 있다면 오늘 ‘사랑한다’고 빨리 얘기하자. 말 한마디가 생명을 구할 줄 누가 알겠는가.
한세환 한국유방암학회 기획정책 이사·인제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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