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에 관대해진 남편들…부부가 함께하는 회춘

  • 입력 2006년 4월 13일 15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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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최남진 기자
그림 최남진 기자
남편 몰래 성형수술? 아니다. 요즘 아내들, 당당하게 한다. 아내가 성형수술을 하려고 하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남편? 천만의 말씀. 젊어 보이는 회춘시술, 대통령 부부만 받는 게 아니다. 우리 부부도 같이 한다.

세무사 오 모(48) 씨는 2주전 부인 홍 모(45) 씨와 함께 지방의 한 대학병원 성형외과를 찾았다. 남편은 눈 밑 지방제거술을 받았고, 아내는 다음에 이마를 당겨 주름살을 없애는 시술을 하기로 했다.

이 씨는 "눈 밑 지방이 처져 멍청해 보이기까지 해서 아내의 권유로 수술을 결심했다"며 "지방에 다녀오느라 고생은 했지만 젊어 보이는 모습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홍 씨는 "예전에는 아내들이 남편 모르게 시술을 받았지만 남편들도 막상 젊음을 되찾은 아내를 보면 싫다는 소리를 안 한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대학교수 남편과 사는 주부 한 모(51·서울 강남구 청담동) 씨는 한 달 전 남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성형외과 의사인 사촌시동생으로부터 눈 주위 지방을 제거하고 주름을 펴는 '대공사'를 했다.

아직 붓기가 가라앉지 않은 이 씨는 "남편이 펄쩍 뛸까봐 말을 못 꺼냈는데 주위에 시술을 받는 사람이 많아지니까 자연스럽게 얘기가 나왔고 남편이 지지해 주었다"고 말했다.

5년 전 퇴직한 허 모(66·경기 고양시 일산) 씨와 아내 유 모(54) 씨는 부녀지간 같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나이 차이가 나는데다 남편이 실제보다 더 늙어 보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아내 유 씨가 눈 밑 지방 재배치 수술을 받은데 이어 이번에는 허 씨가 강남의 성형외과를 찾아 검버섯을 제거했다. 허 씨는 "다음번에는 눈꺼풀을 교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나라 성형외과 김진영 원장은 "최근 40,50대의 중장년층 부부들의 동안(童顔)성형에 대한 문의가 많아졌다"며 "사회적으로 성형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어 부부 동반성형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남성 환자 10명 중 4명은 부인의 권유로 찾아온 경우"라고 덧붙였다.

아내의 성형수술에 남편들이 관대해지며 요즘 인기를 모으는 시술이 가슴 확대수술.

프리랜서 마취과 전문의 김 모(66) 씨는 "몇 년 째 강남지역 성형외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난겨울만큼 가슴 확대수술이 많았던 것은 처음"이라며 "40대 이상 주부들이 많았던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주부 이수선(43·서울 강남구 대치동) 씨는 "사우나에서 가슴이 크고 예쁜 여자일수록 당당하게 활보한다"며 "사실 가슴수술을 받고나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남편"이라고 말했다.

중년남녀들 사이에 '회춘' 기능으로 각광받는 태반주사도 부부가 함께 맞는 일은 흔하다.

행복가정재단 김병후 이사장은 "성형수술 등 회춘시술을 하는 것은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젊음을 유지하려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이사장은 또 "중년남녀가 회춘시술을 하는 것에 대해 과거에는 성적인 의미로 보아왔지만 최근엔 자신감 회복을 포함한 사회적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경아 사외기자 kapark0508@hotmail.com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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