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한류’ …국내 과학책-전시회 아시아서 인기몰이

서울 종로구 국립서울과학관에서 지난해 7월부터 8개월간 열린 아인슈타인 특별전. 동아일보 자료 사진

《올해 2월 7일 개막했던 대만 ‘타이베이 국제도서전’에서는 한국에서 출품한 어린이 과학도서가 주목을 받았다. 아동도서 전문 출판사인 아이세움이 펴낸 ‘서바이벌 만화 과학상식’과 ‘머리에서 발끝까지’가 대표적이었다. 이들 두 책은 도서전이 끝난 뒤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출판 계약 문의가 쇄도했다고 한다. 책뿐이 아니다. ‘과학문화의 꽃’으로 불리는 과학전시회도 수출을 시작했다.》

당장 5월 한국의 과학전시회가 중국에 처음 선보인다.

과학이 ‘수출상품’이 된 것이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국산 과학도서는 해외에서 수십만 부씩 팔리고, 순수 국내 과학전시물이 아시아 각국으로 진출하고 있다.

○ ‘반짝이는 기획력’이 승부

아이세움의 ‘서바이벌 만화 과학상식’ 시리즈는 대만에서 2002년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40만 부 이상 팔려 어린이 도서로는 이례적으로 대만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아이세움이 받는 인세는 7% 선으로 지금까지 2억 원 정도를 벌었다.

이 시리즈는 중국에서도 19만 부가 팔렸으며 이어 베트남과 태국에서 현지어로 출간됐고, 최근엔 프랑스에서도 출판 계약 문의가 들어왔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 시리즈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자고 제의해 왔다.

국내 과학전문 미디어업체인 동아사이언스도 국내 첫 과학 만화잡지 ‘어린이 과학동아’의 인기 연재물 ‘꿈꾸는 아인슈타인’을 단행본 3권으로 엮어 6월 대만에서 출간한다. 이어 ‘돌아온 갈릴레이’와 ‘못 말리는 뉴턴’도 대만에서 출간하기로 했다.

과학을 소설과 만화로 쉽게 풀어 낸 뜨인돌 출판사의 ‘노빈손 시리즈’도 동남아 지역에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이 책은 주인공 ‘노빈손’이 무인도 태평양 우주공간 등 극한 환경에서 간단한 도구를 이용해 생존하는 방식을 담아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던 시리즈물로 일본 대만 중국 태국 등에 총 20여만 부가 팔렸다.

이 밖에 휘슬러 출판사는 해리포터, 바이블, 그리스 신화, 삼국지 등 전 세계 유명 작품을 과학적으로 해석한 ‘사이러스 시리즈’ 4권을 곧 대만과 홍콩에 수출한다.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과학을 만화 등과 융합해 친근하게 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며 “한국의 아동 과학도서는 탄탄한 기획력을 갖춰 세계 무대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 과학전시도 해외 진출 본격화

국내에서 제작 및 기획한 과학전시물도 해외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과학문화진흥회와 전시업체 시공테크가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이한 ‘아인슈타인 특별전’이 5∼10월 중국 선양 ‘빛 엑스포’ 행사에서 선보인다. 6개월간 전시하면서 3억5000만 원을 받는다.

11월에는 비슷한 조건으로 중국 광저우에 진출하고, 이후 상하이 베이징 등 주요 도시를 순회할 계획이다.

아인슈타인 특별전은 2005년 ‘물리의 해’와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 발표 100주년’을 기념해 국내 제작진이 기획한 과학전시회. 서울 종로구 와룡동 국립서울과학관에서 8개월 동안 전시하면서 총 3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50여 점의 체험 전시물을 제작하기 위해 물리학자 20여 명이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엔 ‘몸속 탐험전’과 ‘우주 신비전’이 각각 말레이시아와 대만으로 진출하면서 토종 과학전시회의 성공 가능성을 타진했다.

시공테크 정광철 이사는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지고 느끼는 체험형 전시물을 제작하는 데 주력했다”며 “잘 만든 과학전시물은 한국의 과학문화 수준을 세계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