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재영]개인정보 유출사태 누구 책임인가

  • 입력 2006년 2월 1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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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런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책임져야 합니까.”

중국 대만 등의 주요 게임 사이트에 한국인 개인 신상정보가 노출돼 있다는 기사(본보 16일자 A1·10면 참조)가 보도되자 주요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는 수백 건의 댓글이 올라왔다. 황당하고 분노하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한 누리꾼(네티즌)은 “이번 사건으로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자존심에 큰 타격을 받았다”고 했다. 개인 정보가 줄줄 새고 있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나왔는데도 제대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물론 한국인의 명의를 도용한 중국과 대만 등의 게이머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하지만 법의 테두리를 넘나들며 ‘돈맛’을 봐 온 그들에게 자성(自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이들을 처벌할 방법도 현실적으로 없다.

그렇다면 우리 내부는 어떨까.

지난해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서 대규모 명의 도용 사태가 벌어졌을 때 운영업체인 엔씨소프트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진작 회원 가입 시 휴대전화 인증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면 명의 도용은 크게 줄었을 수도 있었다.

기자에게 e메일을 보내 온 한 독자는 “불법인 줄 알면서도 음성적으로 게임 아이템을 거래해 온 상당수 국내 게임 이용자도 이번 사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했다.

국내에 게임 아이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외국인 게이머들이 명의를 도용해서라도 아이템을 만들어 팔려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보안 불감증’도 개인 정보의 해외 유출을 부추겼다. 정보화 예산 중 정보 보호에 사용되는 금액은 미국 일본이 10% 안팎인 반면 한국은 5%도 안 된다.

정보 관리를 제대로 못한 피해자 역시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안철수연구소의 김철수(金哲洙) 대표는 “개인 정보를 빼가는 스파이웨어는 급속도로 늘고 있는 데 비해 정품 백신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누리꾼이 점차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치열한 정보전이 벌어지는데 우리는 벌거벗은 채 총 맞으러 나와 있다.” 김 대표의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김재영 경제부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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