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火… 火… 火酒가 禍불러

  • 입력 2005년 12월 12일 02시 55분


‘화주(火酒) 마시다가 화상(火傷) 입는다.’

서울 강남의 무역회사에 다니는 김모(31·서울 서초구 서초동) 씨는 11월 초 회사 회식을 마치고 2차를 동료 서너 명과 평소 자주 가던 양주 바로 갔다.

평소 술이 세고 호기심이 많았던 김 씨. 1차 취기가 오른 김에 화주에 도전했다. 직장 동료들의 호응도 한몫했다.

김 씨는 양주에 불을 붙여 들이켜기 시작했다. 그때 불이 붙은 몇 방울의 술이 입술 주위로 튀었다. 당황한 김 씨가 술잔을 놓치면서 술이 입술 주위로 쏟아져 턱과 목을 타고 흘렀다. 다행히 동료 한 명이 물수건으로 재빨리 불길을 덮으면서 진화됐다.

연간 2000여 명의 화상 환자를 보는 한강성심병원에서 화주로 인한 화상 환자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한림대의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성형외과 장영철 교수가 2002년 7월∼2004년 12월 화상 환자를 조사했더니 화주 칵테일로 화상을 입고 내원한 환자가 25명이었다.

이 중 남자가 21명, 여자 4명으로 남자가 월등히 많았다. 또 나이는 평균 27.5세로 대부분 젊은층이었다. 치료기간은 평균 12.1일.

화상 원인으로 17명은 술에 불을 붙여 마시다가 화상을 입었고, 2명은 쇼를 구경하다가 화상을 입었으며, 바텐더가 쇼를 하다가 화상을 입은 경우도 2명으로 조사됐다.

화주로는 알코올 성분이 강한 럼주나 보드카가 주로 사용됐다. 화상 정도는 대부분 진피까지 손상을 받는 2도 화상. 얼굴과 손과 팔, 가슴 순으로 화상을 많이 입었다.

이 중 2명은 피부이식수술까지 받았다. 4명은 눈의 각막에 화상을 입었다.

또 입원 환자 중 4명은 화상 후 스트레스 증세로 정신과적 치료를 받기도 했다.

장 교수는 “젊은층에서 취중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화주가 유행하고 있다”며 “특히 화상 부위가 대부분 얼굴이어서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화주 때문에 살갗에 불이 붙게 되면 찬 손수건을 이용해 불을 끈다. 그 다음 바로 데인 부분에 찬물로 찜질을 하면서 병원의 응급실을 찾아야 더 큰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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