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집에서 보기 이젠 귀찮아”… ‘위성DMB’ 방송 두달

  • 입력 2005년 7월 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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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위성 DMB 애용자 한상호 씨가 지하철 6호선 열차 안에서 위성 DMB폰을 사용하던 중 호기심을 갖고 쳐다보는 옆 사람에게 방송 내용을 보여 주고 있다. 한 씨는 통학시간에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주로 DMB를 이용한다고 밝혔다. 권주훈 기자
지하철에서…
위성 DMB 애용자 한상호 씨가 지하철 6호선 열차 안에서 위성 DMB폰을 사용하던 중 호기심을 갖고 쳐다보는 옆 사람에게 방송 내용을 보여 주고 있다. 한 씨는 통학시간에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주로 DMB를 이용한다고 밝혔다. 권주훈 기자
‘멀리’라는 뜻의 그리스어 ‘Tele’와 ‘본다’라는 뜻의 라틴어 ‘Videre’에서 유래한 텔레비전(Television). 영국인 존 로지베어드(1888∼1946)가 1924년 텔레비전 수상기를 발명한 이래 채널 수가 늘고 화질이 향상되는 변화는 있었지만 TV 앞에 모여 앉아 보는 시청 형태는 반세기 이상 유지돼 왔다.

그러나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시대의 개막은 TV 보기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TV가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 사라진 TV수상기와 들고 다니는 TV(DMB)

‘운동량이 줄어들어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오른쪽 엄지손가락에 퇴행성관절염이 우려된다. 드라마를 순차적으로 보지 않고 띄엄띄엄 잘라 보아도 이해가 잘 된다.’

대학생 한상호(27·서울 마포구 망원동) 씨가 5월 1일 이후 겪고 있는 변화다. 원인은 위성DMB.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꼭 챙겨 보기 위해 허겁지겁 뛰어서라도 귀가를 서두르던 한 씨는 6월 3일 우즈베키스탄전 박주영의 동점골을 지하철 안에서 느긋하게 봤다. DMB를 보면서 채널을 자주 바꾸는 게 습관이 돼 집에서 TV를 볼 때도 예전보다 자주 채널을 바꾼다.

한 씨는 6월 말 현재 7만5800명에 이르는 위성DMB 사용자 중 한 사람이다. 위성DMB는 단말기 비용 70만 원, 월 사용료 1만3000원이라는 고비용에도 불구하고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위성DMB 컨소시엄인 TU미디어에 따르면 DMB 이용자는 20, 30대 70%, 40대 13%다. 주 시청시간대는 출퇴근 시간인 오전 7∼9시, 오후 8∼9시. 평균 시청률은 드라마가 제일 높지만 최고 시청률은 박찬호 경기, 국가대표 축구경기 등 스포츠 중계이며 여성 이용자가 남성보다 2배 많다. 시청시간은 하루평균 114분, 1회 평균 28분이다. 한국인의 일일 평균 TV 시청시간은 160분이다.

○ DMB가 무슨 일을 벌였을까?

언제, 어디서나 TV를 볼 수 있게 만든 위성DMB는 TV 시청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DMB 이용자 3명의 설명을 들어봤다.

위성DMB 이용 두 달째인 회사원 김재한(25) 씨는 “그간 방영시간대를 놓친 지상파 프로그램은 인터넷 다시 보기를 했지만 위성DMB에서 대부분 재방송을 해주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을 덜 보게 된다”고 말했다.

회사원 송지훈(34) 씨는 “DMB 오디오 채널의 음질이 좋아 MP3를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은 공통적으로 △방영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해방 △출퇴근길 등 이동 중의 독서, MP3 이용 등의 기존 미디어 소비가 일부 줄어든 점 △TV 시청 습관이 바뀐 점을 지적했다.

도준호(언론정보학) 숙명여대 교수는 “위성DMB의 특성으로 ‘방송 매체의 개인화’와 ‘이동성’을 꼽을 수 있다”면서 “DMB 시청은 기존의 순차적 TV 보기가 아닌 여러 가지를 병행하며 복합적으로 콘텐츠를 수용하는 새로운 미디어 소비 양식을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DMB 사용자 3인에게 물어봤더니…
DMB 이용자한상호 씨송지훈 씨김재한 씨
이용 시간 등하교 시 각각 40분
오후 자유시간 1시간
출퇴근 시 각각 1시간출퇴근 시 각각 1시간
주 이용 경로서울 마포구 망원동∼성북구 정릉동서울 은평구 불광동∼금천구 가산동경기 용인시 수지∼금천구 가산동
DMB 이용 이후 TV 시청패턴의 변화― 지상파와 케이블 TV는 특정 프로만 정해 놓고 챙겨 봄
― ‘집에 가서 TV 봐야지’란 강박 사라짐
― 채널 이동 주기가 짧아짐
― 긴 콘텐츠의 경우 끊어서 앞뒤 따로 시청하는 버릇 생김
― 집에서 TV 본다는 생각이 없어짐
― DMB 프로그램 전용 ‘채널 블루’ 등에서 방영되는 1∼10분 분량의 짧은 프로그램 시청에 익숙해짐
―DMB에서 재방송을 많이 하기 때문에 못 본 프로를 인터넷으로 다시 보거나 꼭 시간대에 맞춰서 본다는 생각 감소
위성DMB 이용이 타 매체 이용에 미친 영향일반 TV: 시청시간 20% 감소
인터넷: 변화 없음
인쇄매체: 책, 신문 등 구독시간50% 감소
일반 TV: 20% 감소
인터넷: 변화 없음
인쇄매체: 변화 없음
MP3 등 기존 청각 미디어: 감소
일반 TV: 20% 감소
인터넷: 변화 없음
인쇄매체: 변화 없음
MP3 등 기존 청각 미디어: 중단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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