信不者 두번 울린 ‘대포폰’ 사기

  • 입력 2004년 8월 12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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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불량자의 정보나 인터넷을 통해 얻은 개인정보를 이용해 유명 인터넷 게임사이트에서 사이버머니를 결제한 뒤 이를 현금화해 거액을 가로챈 일당이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2일 이 같은 수법으로 7000만∼80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사채업자 엄모씨(31) 등 4명을 구속하고 사채업체 종업원 김모씨(39)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엄씨는 올 5월 초 유명 게임사이트 등에서 휴대전화 결제를 할 때 사이트 가입 회원이 아닌 타인의 휴대전화 번호와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 간단한 정보만 입력하면 된다는 점에 착안해 돈을 벌기로 결심했다. 통상 인터넷상에서의 휴대전화 결제가 대당 1일 5만5000원이 최고 한도이기 때문에 엄씨는 우선 회원수와 소유자를 알 수 없는 일명 ‘대포폰’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경북 경산과 포항에 컴퓨터 6대와 직원 5명을 갖춘 20평대 사무실 2곳을 차린 엄씨는 생활광고지에 ‘신용불량자 120만원 대출’이라는 광고를 냈다. 엄씨는 광고를 보고 찾아온 신용불량자에게 120만원을 주는 대신 이들 명의로 1인당 ‘대포폰’ 5∼8대를 개설하게 하는 수법으로 타인명의의 휴대전화 2000여대를 개통했다.

엄씨는 또 개인정보판매 브로커에게 건당 20원씩을 주고 3300여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확보한 뒤 이들 명의로 유명 게임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엄씨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게임사이트에 접속하게 한 뒤 타인명의 휴대전화로 평균 9초당 1회씩 결제를 하면서 5월 초부터 최근까지 총 2억5000여만원을 결제했다.

경찰은 엄씨가 이런 수법으로 2억5000만원 중 7000만∼8000만원 상당을 현금화해 사용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상의 휴대전화 결제가 최근 크게 늘고 있지만 인터넷 가입 회원이 아닌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로도 결제가 가능해 ‘대포폰’으로 인한 업체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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