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PDP특허권 소송’ 딜레마

  • 입력 2004년 5월 5일 18시 25분


최근 일본 후지쓰가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특허권과 관련해 삼성SDI에 맞소송을 제기하면서 일본 전자업계가 남모를 고민에 빠졌다.

일본 세관이 삼성 PDP에 대한 통관보류 조치까지 내리는 바람에 가전회사들이 부품을 조달할 수 없어 생산계획에 차질을 빚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전문지 ‘주간 다이아몬드’는 최근호에서 일본 전자업계의 이 같은 고민을 전하며 ‘일본 기업이 소송에 이겨도 사업에 지면 의미가 없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기사에 따르면 일본 기업은 최근 들어 급속히 지적재산권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후지쓰 외에도 샤프는 작년 1월 대만의 한 액정화면 업체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캐논도 2002년 12월 삼성전자를 상대로 프린터부품기술 특허 소송을 제기해 이겼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일본 전기 전자업계 전체로 확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기업들이 이미 일본기업의 파트너로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은 이미 1위를 차지한 액정 부문은 물론 PDP 부문에서도 세계 2위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또 올해 한국 기업의 PDP 세계시장 점유율은 삼성SDI와 오리온PDP를 합쳐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일본(48%)을 앞지르는 수준이어서 한국 기업과의 마찰은 부품 조달 차질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이아몬드’는 일본 기업이 이처럼 수세에 몰린 것은 일찌감치 지적재산권 비즈니스에 주목하지 않은 데다 사업능력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삼성SDI에 소송을 제기한 후지쓰는 30년에 걸쳐 PDP를 개발한 뒤 90년대 초 제품화에 성공했지만 관련 사업은 작년에서야 겨우 적자에서 벗어났다.

후지쓰는 또 미국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와 최근 10여년 동안 반도체 특허 소송을 벌인 끝에 최근 이겼다.

그러나 승소 이후에도 1년 동안 반도체사업 부문에서 1000억엔(약 1조원)의 적자를 냈다.

일본 기업이 미국 기업처럼 일찌감치 특허기술을 지적재산권 비즈니스로 전환해 특허사용료를 받았더라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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